헝가리 중앙은행은 17일(현지시간) "유럽 모은행들로부터의 전이 위험이 상당폭 커졌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내놓은 4분기 대출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더욱 조일 것으로 전망했다.

헝가리 은행산업에서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은행들의 자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서유럽 은행들에 내년 6월까지 자본을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한 만큼 이들 은행이 헝가리 자회사에 자본을 추가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중앙은행은 판단했다.

중앙은행은 또 "은행들이 국내적으로는 경기 둔화 위험, 대출자산 부실 위험, 외화대출 조기상환 프로그램 등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중앙은행은 외화대출 조기상환 프로그램이 은행권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면서 동시에 기업대출시장을 고갈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헝가리 정부는 스위스프랑화, 유로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에 1스위스프랑당 180포린트, 1유로당 250포린트 등의 고정환율로 대출잔액을 올 연말까지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외화대출 조기상환 프로그램을 지난달 중순 시행했다.

시행 직전일 포린트-스위스 프랑, 포린트-유로 환율은 각각 242포린트, 291포린트였다.

실제 환율과 고정 환율 차이는 고스란히 은행 손실이 된다.

한편, 헝가리 중앙은행은 최근 급등세를 보인 포린트-유로화 환율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포린트-유로화 환율은 유로존 재정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위험과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경고로 유로당 317포린트까지 치솟았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