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야구로 풀어낸 경영 스토리…차별화가 성공 비결"
"지난해 한국에 왔던 아내 앤젤리나 졸리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 꼭 오고 싶었습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들고 왔는데,한국에서도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나 스포츠 분야에서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참 흥미롭습니다. "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48 · 사진)가 영화 '머니볼'을 홍보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한했다. 지난 14일 밤 전용기편으로 입국한 그는 15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머니볼'은 경기 통계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재능을 평가하고 실전에 적용해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20연승을 거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담았다.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불공정한 상황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4분의 1밖에 안 되는 적은 예산의 팀이 거대한 팀을 이기려면 다른 방식을 써야 하는데 이런 극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빌리 빈이란 인물에게 공감이 가더군요. 젊은 시절의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됐죠."

'머니볼'은 야구영화라기보다 경영에 관한 영화다. 야구 경기와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단장이 선수들의 실적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데 집중한다. 문란한 사생활,잦은 부상,고령 등을 이유로 홀대받더라도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을 영입한다. 극중 빌리 빈처럼 냉혹한 할리우드에서 살아남는 그만의 비결은 '차별화'였다.

"이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며 그것을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죠.재능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게 관건입니다. 스타뿐 아니라 재능있는 배우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저는 스스로를 차별화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작품 속에서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어떻게 남과 달리 보일지를 생각합니다. "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들 때 메시지가 10년,20년 후에도 통할 것인지를 고려한다"며 "오스카상은 추가적인 즐거움일 뿐"이라고 답했다.

상업영화인 '머니볼' 외에도 그는 인생의 의미를 탐구해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트리 오브 라이프'에도 출연했다. "누구와 함께 작품을 하는지가 제게는 중요합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를 연출한 테런스 멜릭은 미국의 재능있는 감독입니다. 그는 1950년대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진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머니볼'의 베넷 밀러 감독도 유능하죠.'트리 오브 라이프'처럼 진지한 작품에 출연한 후에는 '머니볼'처럼 유머 있는 영화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메이저리그 팀 중 가장 좋아하는 팀은 올해 우승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라고 대답했다. 어릴 때 세인트루이스가 있는 미주리주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승 6차전에서 보듯,야구를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한다고 해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야구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핸섬한 남자로 꼽히던 그도 이제는 중년에 접어들었다. "나이 드는 것이 좋습니다. 지혜가 따라오기 때문이죠.젊음과 지혜 중 하나를 택하라면 지혜를 택할 겁니다. 아버지가 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이 더 깊어졌어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