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귀 막고 인사하는 청와대
김석기 주(駐)오사카 총영사가 사표를 내고 지난 7일 돌연 귀국했다. 올해 3월 부임한 지 8개월 만이다. 김 총영사는 내년 4월 총선에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출마할 예정이라고 한다. 총선 출마를 위해 공직을 정리한 것이다. 공직자가 총선에 나서고 말고는 자유다. 그런데도 그의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여서다.

그는 진작부터 '보은(報恩)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2009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그는 서울 용산의 농성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 책임을 지고 그해 2월 초 사퇴했었다. 3개월을 쉰 뒤 2009년 5월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로 선임됐다. 경찰청장에 지명됐지만 취임도 못해보고 옷을 벗은 데 대한 보상차원으로 해석됐다. 지난 2월엔 일본 오사카 총영사 발령을 받았다. 경찰청 도쿄주재관을 했던 경력이 있다지만 외교가에선 '의외'란 반응이 나왔다. 보은 인사 논란이 인 건 당연했다.

그런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1년도 안 돼 내던졌다. 일본의 제2 도시로 재일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 총영사가 그의 경력관리용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검증에 구멍이 뚫린 꼴이다. 선거에 나갈지 여부는 임명 때 당연히 걸러졌어야 마땅했다. 그의 출마계획을 알고도 총영사로 임명했다면 더 큰 문제다.

MB정부의 이런 인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지식경제부 장관에 KOTRA 사장이 된 지 4개월밖에 안된 인사를,청와대 경호처장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지 두 달 된 사람을 각각 임명했다.

이 정부의 이 같은 인사 폐단은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임기 초반엔 '고 · 소 · 영 인사'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임기 중반에도 '회전문 인사''돌려막기 인사'라는 따가운 비판과 지적을 받았지만 바뀐 게 없다.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의 최대 화두로 다시 떠오른 게 국민과의 '소통'이다. 소통은 남의 말을 듣는 데서 시작하는 게 기본이다. 청와대가 여론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집불통 인사를 하면서 소통을 얘기하는 건 난센스다.

차병석 정치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