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가 중동의 '침대 축구'와 '골대 불운'에 발목이 잡히면서 5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 탈환에 실패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알 사드(카타르)와의 2011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단판 승부에서 연장까지 120분간의 혈투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했다.

이로써 전북은 2006년 대회 우승 이후 5년 만의 정상 도전에 실패하고 준우승을 차지해 상금 75만 달러를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K리그는 2009년과 2010년 대회에서 각각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 일화가 정상에 오른 이후 전북을 앞세워 3년 연속 아시아 프로축구 정상의 역사를 쓰려고 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이동국은 이번 대회에서 9골을 터트려 2위인 팀 동료 에닝요(전북·7골)를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전북은 후반 막판 알 사드의 시간 끌기 작전과 무려 세 차례나 골대를 때린 '골대 불운'에 다잡은 우승 트로피를 놓치고 말았다.

이동국이 종아리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진 전북은 정성훈을 원톱 스트라이커, 서정진과 에닝요를 좌우에 배치한 스리톱 공격전술로 알 사드를 상대했다.

전반 4분 에닝요의 슈팅을 포문으로 공세를 알린 전북은 전반 14분 정성훈의 헤딩 슈팅이 골키퍼 정면을 향하며 골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결국 전북이 선제골을 터트렸고, 주인공은 골잡이 에닝요였다.

에닝요는 전반 18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자신이 유도한 프리킥을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수비벽을 살짝 넘겨 알 사드의 골대 오른쪽 구석에 볼을 꽂았다.

하지만 전북의 상승세는 자책골에 꺾였다.

전반 29분 케이타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심우연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볼을 차단하려고 백헤딩을 했지만 볼은 전북의 골대로 빨려들었다.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한 전북은 알 사드의 스트라이커 마마두 하미두 니앙의 스피드와 발재간에 수비진이 혼란에 빠지며 힘겹게 전반을 마쳤다.

전북은 후반 들어 김동찬을 교체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후반 16분 알 사드의 스트라이커 케이타에게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내줬다.

곧바로 반격에 나선 전북은 후반 23분 에닝요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김동찬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고, 연이은 김동찬의 오버헤드킥마저 수비벽에 막혔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25분 루이스를 빼고 벤치를 지키던 이동국을 불러냈지만 이번에는 알 사드의 '침대 축구'가 발동했다.

후반 31분 알 사드는 역습 상황에서 볼과 상관없이 뒷걸음질을 하던 케이타가 다리를 잡고 넘어지면서 시간을 끌었다.

알 사드는 또 후반 35분에도 자기 선수끼리 충돌해 넘어지면서 4만여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후반 42분 정성훈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알 사드의 오른쪽 골대를 때리면서 전북의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극적인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전광판의 시계가 멈추고 후반전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진 상황에서 에닝요가 왼쪽 코너킥을 차올리자 골 지역 왼쪽에 도사리던 이승현이 넘어지면서 헤딩으로 알 사드의 골 그물을 흔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에서는 득점하지 못한 양팀은 승부차기에서는 나란히 첫 번째 키커가 골을 터트려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북의 두 번째와 세 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찬과 박원재의 슈팅이 막혔다.

알 사드의 세 번째 키커인 이정수의 슈팅도 크로스바를 때리고 튀어나왔지만 1-2로 승부가 기울었다.

이후 알 사드는 침착하게 나머지 두 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만들면서 김상식이 한 골을 보탠 전북을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기고 우승 트로피와 상금 150만 달러의 주인이 됐다.

(전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