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은 판결일뿐…정치적 해석은 곤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우진(47) 부장판사는 31일 선고 직후 "검찰과 한 전 총리쪽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라 숙고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은 판결일 뿐 다른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직도 한 전 총리에게 건네졌다는 돈의 행방은 알 수 없고 한 전 총리 측이 공소사실에 대해 확실히 해명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입증에 이르는 데는 실패했다"고 판결 이유를 요약했다.

재판장의 이같은 발언은 9억원의 돈이 한 전 총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인정했다기보다는 확실히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검찰에 대해 법정에서 거의 완벽한 공격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최초진술에 대해서는 기소 전에 점검과 확인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선고날짜도 10·26 재보선 뒤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경성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김 부장판사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용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 국제담당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법원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 등을 지냈다.

김 부장판사는 기업체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사건을 맡았고 민노당에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또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기소된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의 부친은 검찰 출신으로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양균(74)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