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 회복…주식비중 낮췄던 운용사 "배아파"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가 해법을 찾아나가면서 시장은 급반등하고 있지만 펀드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 분위기는 최근 부쩍 좋아졌다. 벼랑 끝으로 치닫던 유럽 재정위기가 한숨을 돌렸고,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계기로 3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 비중이 높은 기관이 수익률 회복을 위해 주식을 사들일 경우 그동안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진 1850선을 뚫고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주식 비중 금융위기 이후 최저

1800 회복…주식비중 낮췄던 운용사 "배아파"
12일 코스피지수는 14.48포인트(0.81%) 오른 1809.50에 마감,지난달 22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1800선을 회복했다.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이 부결됐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 실사팀이 그리스 재정감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내달 초 6차분(80억유로)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기대를 키운 덕분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증시 급반등이 달갑지만은 않다. 주식 비중이 낮아져 있어 펀드 수익률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액티브일반) 수익률(12일 기준)은 최근 1주일 3.91%,1개월 -2.83%이다. 최근 1주일간 코스피지수는 5.21% 올랐고 1개월간은 0.9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지수를 추종하는 코스피200인덱스펀드의 1주일(5.88%) 1개월(0.41%) 수익률에도 크게 뒤진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식형펀드로 돈은 꾸준히 들어왔지만 주식을 사지 않으면서 주식 비중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내 주식 비중은 지난달 말 90.06%로 2008년 12월(88.23%)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박스권 레벨업 기대

코스피지수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후 1650~1850 사이에서 움직였다. 전문가들마다 시점은 다르지만 늦어도 내달에는 박스권 상단을 높여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은행의 자본 확충 프로그램과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교체,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가 주가 반등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풍부한 유동성이 더해질 경우 1900선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이 두둑한 자산운용사의 '사자'도 기대된다. 송 본부장은 "조금씩 주식을 사들어가고 있다"며 "1800선을 넘었지만 시장이 다시 1700으로 가기보다 1900으로 갈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는 최근 5일간 7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펀드매니저들이 자신의 펀드에 편입한 종목에 대한 긍정적 보고서를 애널리스트들에게 노골적으로 요구할 정도"라며 "자산운용사들이 보유 주식을 더 사모아 수익률 끌어올리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