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티베트 승려의 분신 '항의'가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7일 쓰촨(四川)성 아바현 소재 티베트 사찰인 키르티 사원 부근에서 티베트 승려 출신의 청년 2명이 분신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도 5차례, 7명이 중국 당국에 종교탄압 중단과 소수민족 차별 철회를 요구하며 분신해 사실상 반정부 투쟁으로 번지면서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티베트의 이런 분신 사태에 중국 정부는 발원지인 키르티 사원과 해당 도시인 아바현에 대한 철저한 경계경비와 더불어 가능한 분식 소식이 중국 내부에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7일 티베트 청년 2명의 분신 시도에 대해서도 관영 신화통신의 영문판을 통해 짧게 전하면서, 해당 청년들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처가 '가벼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축소'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비친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티베트 승려의 첫 분신사건은 3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르티 사원의 승려인 펑춰(彭措)가 두 해 전인 2008년 3월 자신의 사원에서 촉발됐던 수차례의 반정부 시위를 중국 공안당국이 유혈 진압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이 사건 후 키르티 사원 승려들은 펑춰를 현지 공안에 인도하지 않은 채 대립했으며, 펑춰는 결국 분신 시도 후 11시간 만에 병원에 옮겨진 직후 숨졌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펑춰 분신이 동료와의 사전 모의에 따른 것이라는 쪽으로 몰고 갔고, 현지 법원이 5개월 만인 지난 8월 펑춰의 동료인 단전(旦眞)과 단춘(旦純)이 분신을 예상하면서 방조했다는 죄를 적용해 각각 13년형과 10년 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분신사건 후 공안에 넘기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옮긴 삼촌이자 동료 승려인 중저우(仲周)에게 11년 형을 선고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를 계기로 아바현 키르티 사원의 승려 분신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달에 1명, 9월에 1명, 지난 3일과 7일에 각각 2명씩의 티베트 승려들이 몸을 불살랐다.

외신은 3월 펑춰 분신사건의 본질이 티베트인과 문화에 대한 탄압에 맞선 승려 개인차원의 저항인데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이를 사전 모의사건으로 몰아가 티베트 탄압의 구실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후계 선정에 중국 정부가 개입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도 최근 티베트 승려의 '저항'을 부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꼭두각시인 제11대 판첸라마를 이용해 현직인 달라이 라마 14세의 후임을 정하려 하자 이를 종교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그가 환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년을 찾아내 후임 달라이 라마로 성장시켜 종교 지도자 역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2인자인 판첸라마의 의무와 책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인정한 제11대 판첸라마인 겐둔 치아키 니마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이고, 그 대신 중국 정부가 임명한 기알첸 노르부가 제11대 판첸라마로서 활동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이 라마 14세는 자신의 후계를 중국 정부가 임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24일 인도의 망명지에서 낸 성명을 통해 "그동안 수백년간 지속돼온 달라이 라마의 윤회 전생에 관해 내가 90살이 되면 그 제도를 존속시킬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즉각 중국 정부는 그런 시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관례에 법에 따라 현재의 제11대 판첸라마인 기알첸 노르부가 후계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달라이 라마 14세가 숨지면 그다음에는 중국 정부의 '수족'을 후임으로 정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티베트의 저항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실제 국경절 첫 날인 지난 1일 정오 무렵 쓰촨성 써다(色達)현의 한 건물에 내걸렸던 티베트 깃발과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길바닥에 내팽개쳐지자 그에 분노한 티베트인 수십 명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이틀 후인 3일 키르티 사원 부근에서 티베트 승려 2명이 분신을 시도했다.

7일 분신 사건도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으나, 이런 정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근래 아바현 현지에서는 티베트 승려 수십 명이 "분신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추가적인 불상사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아바현에서의 잇단 분신을 포함한 티베트 저항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중국은 키르티 사원과 아바현에 경찰력을 대거 배치해 티베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가 하면 아바현 외부에 군 병력을 배치해 외부 세력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실제 외교관과 외신의 아바현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은 그러면서도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티베트에서 처음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이번 학기부터 실시했는가 하면 수뇌부가 빈번하게 티베트 지역을 방문해 경제적 지원 강화를 약속하는 등 당근책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베트 관련 인권단체는 물론 미국 국무부 등이 티베트 승려의 잇따른 분신에 우려를 보내면서 중국 당국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과 9월에 아바현 현지법원의 펑춰 분신 방조를 이유로 동료 승려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으며, 이에 중국 정부는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승려 분신을 핑계로 내정간섭을 하지 마라"고 반발하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특파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