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환은행 주가가 급락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고가 인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체결한 계약에서 매매단가가 현재 주가의 2배에 이르는 만큼 이대로 인수가 진행된다면 국부 유출이 빚어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선 2008년 HSBC가 론스타와 매매단가 하향조정 협상을 벌였던 것처럼 하나금융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외환은행 주가 폭락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가격' 재조정 나서야"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연장한 것은 지난 7월8일.외환은행 인수가액은 지난해 11월24일 최초 계약때와 비교해 주당 860원 낮아져 주당 1만3390원으로 조정됐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계약 연장 협상을 벌이던 6~7월 초 외환은행 주가는 9000~1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럽에서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고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그 여파로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 26일엔 6000원대까지 추락했으며 27일엔 반등했지만 7110원에 그치고 있다. 계약서 상의 매매단가는 현재 주가와 비교해 88.4%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은행 관계자는 "시가 대비 88%가 넘는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며 "국부유출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매매단가는 시장가치를 본 게 아니라 외환은행의 본질적 기업가치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선 외환은행의 본질적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신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은 지난해 말 3만여개(차주)에서 지난 7월 말 2만8000개로 줄었다. 지난 8월 말 중기대출 잔액도 지난해 말 대비 1조원 줄었다.

◆"2008년 HSBC처럼 해야"

HSBC는 2008년 4월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연장하면서 외환은행 매매단가를 주당 1만8000원 약간 못 미치게 정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자 론스타 측에 매매단가를 낮추자고 요구했다. 론스타는 상황변화를 반영해 주당 1만4000~1만5000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HSBC는 리먼 사태가 터질 무렵에 매매단가를 1만3000원 밑으로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도 했다. 물론 론스타가 그 가격대론 안되겠다고 해서 결국 계약이 파기됐지만 HSBC가 시장상황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매수자 측이 주도권을 쥐게 마련"이라며 "하나금융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주당 1만~1만1000원 수준까지 낮추는 게 무리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판결은 서울고등법원이 오는 10월6일 내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원 결과가 나오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