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장기 성장전략을 ‘내실 위주의 안정적 성장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과 국내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대내외적 환경에 주의할 점이 많다”며 “은행부문은 수익성과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둬서 가계와 기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좀 더 성장 지향적으로 그룹을 끌고 나가겠다고 했다. 어 회장은 “비은행 부문에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은행 부문의 이익 점유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조직이 많이 안정된 것 같다. 지난 1년간 무엇을 위해 주력했나.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애를 많이 썼다.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과 직접 1대 1로 만나서 KB금융그룹의 기업가치를 설명하고 신뢰도를 제고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재무적으로도 탄탄한 회사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조직·인력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려 했다. ”

작년 실시한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은 쟁의행위가 없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화제였다.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만나서 설득했다. 국민은행의 체질 개선에 큰 힘이 됐다. 그 뒤로도 성과 중심으로 보상체계를 바꾸고,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했다. 성과가 있었나.

“지난 3월에 KB국민카드를 분사하고 KB투자증권과 KB선물을 통합하는 등 비은행 조직 강화를 위한 준비들을 착착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M&A에도 나설 계획이다.”

KB금융은 안정적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젊은 층에는 어필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樂star 존이다. 국민은행 점포 중 대학 근처에 있는 점포를 확 바꿨다. 은행점포라기보다는 세미나도 하고 공연도 보는 복합 문화공간이 되게 했다. 이화여대에 배꽃점, 숙명여대에 눈꽃점 등을 만들었다. 벌써 41개나 된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 점포들 전용으로 만든 ‘樂스타 통장’은 10만좌가 넘게 팔렸다. 우량한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를 청년층에 소개해 주는 ‘KB굿잡’도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공부하는 KB’를 강조하고 있다고 들었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 이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전 임직원이 공부해야 한다. 작년 11월부터 PB와 VIP매니저 900명의 상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시장 정보 학습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제공하는 맞춤 자료를 스스로 공부하고 매주 월요일마다 시험을 치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는 ‘KB금융그룹 경영진 월례 조찬회’를 신설했다. 매달 초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얘기를 듣는다. 금융에만 매몰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두루 들으며 아이디어를 찾는 장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서민상품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난 7월 가장 먼저 선보인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이 대표적인 서민 상품이 아닌가. 서민들을 위한 예·적금 상품도 내놓을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순이자마진(NIM)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사회공헌 활동 비중도 앞으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서민과 중소기업들을 위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노력엔 무엇이 있나.

“국민은행의 기업금융 부문이 작년에 적자를 냈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서 대출하는데 적자를 냈다는 것은 우리의 이익만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 들어 국민은행이 새로 시작한 것 중 ‘히든스타500’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망 중소·중견기업들을 선정해 팍팍 밀어주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서 기업인들이 서로 교류하도록 돕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같은 38개 기업을 이미 선정했고, 올해 중 100곳을 채우려고 한다. 2013년까지 500곳으로 만들 예정이다.”

남은 재임기간 목표는.

“KB금융그룹의 비전은 여전히 ‘아시아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다. 이를 위해선 안팎으로 조직의 체질개선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각 금융회사들이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스마트뱅킹과 같은 미래형 채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리스크 통합체계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 네트워크 강화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그게 KB의 정신(can-do-spirit)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