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엊그제 새 대법원장 후보로 양승태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청문 절차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축하 인사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충분히 보아왔던 사법의 혼란이나 법치의 혼돈, 법조계의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와 여망은 미리 분명히 지적해두는 것이 좋겠다.

법조 주변의 비리 문제는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해소되지 않은 고질적 문제라고 하겠지만 사법부에까지 파고든 좌편향 판결이나 이념적 무정부성,가치관의 혼란과 정치 지향적 판결 등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병적 증후군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새 대법원장은 이런 오래된 문제와 새로 생겨난 과제들을 모두 보편적 원칙에 맞춰 올바르게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시대적 과업을 지고 있다고 본다.

지지부진한 사법개혁이 탄력을 얻게 되고 국민 누구라도 법을 존중하며, 정의의 질서를 새로 깨우치는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 새 대법원장의 임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충분히 토론된 사법개혁 과제들에 대한 법제화와 후속 조치들이 신속하게 처리돼야 할 것이다.

사법부 내 질서를 바로잡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 신조를 법적 양심으로 포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판결들이 더이상 되풀이돼선 안된다. 최근 생긴 문제들은 정치를 정화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싸구려 정치이념에 포획되거나 포위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이념의 편향성들이 치열한 법적 이성의 권위 앞에서 온전히 해소돼야 한다. 새 대법원장 지명을 계기로 혼돈의 사법 질서가 정의의 반석 위에 굳게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