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인 L모씨(38)는 2006년부터 작년 5월까지 4명의 아이를 낳아 내다버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모로서 차마 못할 짓을 한 것.

경남 남해경찰서는 지난달 생후 4일 된 남자아이를 공터에 버린 혐의(영아 유기)로 불구속 입건한 L씨를 조사해 그가 이전에도 3명의 아기를 더 내다버린 사실을 19일 확인했다. L씨는 지난달 24일 남해군의 모 복지시설 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남자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인근 공터에 버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에 찍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006년 8월,2008년 8월,2010년 5월에도 자신이 낳은 남자아이를 유기한 사실을 털어놨다.

늘어나는 양육비 부담 때문에 낳은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부모가 늘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19세 이하 인구는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고아원 등 양육시설에 머무는 아동 숫자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시설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아동의 숫자는 2001년 1만7578명에서 작년 1만5787명으로 10년 전보다 9% 정도 줄었다.

이 기간 19세 이하 인구는 1332만여명에서 1022만여명으로 30%가량 감소했다. 복지부 아동복지과 관계자는 "복지시설에 온 아동 대부분이 부모가 있지만 양육을 포기하거나 양육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는 입양도 줄어드는 추세다. 복지부 등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국내 가정에 입양되는 아동은 2001년 1770명에서 지난해 1415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해외 입양은 정부가 제한에 나서면서 같은 기간 2436명에서 106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홍미경 홀트 아동복지회 팀장은 "국내 입양은 양부모가 혈액형,친부모 배경,건강 상태 등을 까다롭게 보는 이유도 있지만 만만찮은 양육비도 선뜻 입양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라며 "최근 몇 년 새 영아 유기가 늘어나는 것에도 경제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