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도 긴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올 여름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부진한 만큼 외국인이 떠난 국내증시는 연일 부침을 겪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단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국내증시를 팔아치웠다.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434억원에 이른다.

지난 16일 외국인은 6620억원 가량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낙관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경제둔화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자 국내 증시에서도 다시 물량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불안과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를 고려하면 외국인 매도 기조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이머징(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3주 연속 자금이 이탈했다"며 "선진국 주식형 펀드와 이머징, 선진국 채권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2주 연속 채권과 주식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데 비춰 디레버리징(부채 및 투자 축소)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매도 규모가 줄어든 점은 주목할 만 하다는 평가다.

배 연구원은 "코스피 1730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수준"이라며 "1750선 이하였던 지난 급락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크지 않다는 점에 비춰보면 추가적인 매도 물량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도 "이번주 들어 외국인은 제한적인 규모의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다만 낮은 가격에 물량을 내놓고 있어 지수 낙폭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는 일시적으로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미 3차 양적완화(QE3) 실행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 등과 같은 대외정책이 실행되거나 신뢰지수 회복이 선행되야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수 포지션을 구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국내 수급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1447억원이 순유입됐다. 닷새째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도 지수가 급락할 때 마다 하단을 받쳐줬던 역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이나 미국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힘들 것"이라며 "국내 시장만 놓고 본다면 연기금이나 주식형 펀드 등 하단을 지지하려는 자금이 있기 때문에 이들 주체간 힘겨루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