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선수가 그럴듯한 노래실력으로 예선을 통과한다. 우승 상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는 여성,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나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남성들이 합격점을 받는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재도전한 두 응시자는 작년보다 더 못 하는 것 같다는 평을 들으며 쓴잔을 마신다. 지난해 우승자 허각과 같은 교회에 다녔다는 여성과 장재인과 함께 노래 '신데렐라' 열풍을 몰고왔던 출연자 김지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출전해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아버지가 여덟 살 때 돌아가신 게 가장 힘들었다는 열 살 소녀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애절하게 불러 심사위원들을 탄복시켰다. 어머니가 트로트 가수라는 젊은이가 자작곡을 부르자 "자작곡은 불리하다"고 했던 심사위원 이승철은 흥분한 어조로 그 곡을 자신에게 팔라며 극찬했다.

케이블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3'(K3)가 초반부터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슈퍼스타K' 관련 키워드들이 검색창을 휩쓸고 있다. 지난 12일 밤 첫 방송의 시청률은 8.3%로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케이블TV 사상 최고 시청률 18%를 기록했던 '슈퍼스타K2' 첫 회분 4.1%보다 2배가량 높다. 초반 기세를 이어가면 최종회가 열리는 11월11일에는 30% 벽도 깰 수 있겠다고 제작진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슈퍼스타K'시리즈는 방송가에 오디션 프로그램 붐을 일으킨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간 영역을 파괴한 선봉장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1편과 2편에서 돈을 벌지 못했지만 3편인 이번 'K3'에서는 일찌감치 큰 흑자를 실현했다. 총 제작비는 100억원이지만 총 수입은 200억원에 달한다. 엠넷 관계자는 "총 광고 수입이 100억원이며 협찬금도 10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광고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끼워팔기가 이뤄진 데다 KB국민카드 빈폴 코카콜라 CJ오쇼핑 등으로부터 협찬이 쇄도했다는 것이다.

'K3'가 이 같은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기웅 'K3' 사무국장은 "지난 6개월간 예선에 참여한 196만명의 응시자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시자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온 · 오프라인을 통한 사전 홍보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상금과 부상도 푸짐하게 내걸었다. 총상금은 5억원이며 닛산 자동차를 부상으로 준다. 우승자에게 연말 단독 공연을 열어주고 앨범도 내준다. 한마디로 인생이 탄탄대로로 접어드는 것이다.

'슈퍼스타K'는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재능을 공정하게 평가받아 출세할 수 있는 창구란 얘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허각 서인국 장재인 등은 지원자들의 꿈을 대변하고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슈퍼스타K'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자기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며 "아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에는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K3'는 볼거리도 많아졌다. 첫 회 오프닝에서는 심사위원인 이승철과 윤종신 등이 전용기와 리무진을 타고 등장했다. 헬기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을 굽어보며 찍은 장면도 스펙터클하다. 'K3' 로고가 그려진 자동차 20대와 트레일러 3대가 다리 위를 달리는 장면도 등장했다. 웬만한 지상파 프로그램의 스케일을 능가한다. 특히 'K3'는 중국 미국 일본 등 해외 3개국 8개 지역에서도 오디션을 펼쳤다. 다양한 인종과 스토리를 들려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까지 없던 그룹 출연자들의 기량도 평가한다. 인디 밴드와 아카펠라 듀엣 등을 솔로와 별개로 겨루도록 해 색다른 볼거리를 줄 전망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