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7일 저녁(한국시각 8일 새벽) 집행이사회 긴급 화상회의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더욱 심각해진 유로 채무 위기를 저지하기 위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밝혀 이탈리아 국채도 매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ECB는 유로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8위, 유로권에서는 3위인 이탈리아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문제를 놓고 내분이 빚어져 왔다. 그러나 미국의 전격적인 등급 강등 속에 유로 4위 경제국인 스페인 및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14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이들 유로국의 자력 차입이 한계에 봉착하는 파국적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7일 두 나라 정상 긴급 접촉 후 지난달 유로 특별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을 "신속하게 전면 이행하길 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물꼬가 터진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 정상회의는 당시 그리스 2차 구제와 함께 유로 재정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재정안전기금(EFSF)의 역할도 대폭 확대키로 합의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일요일에 이례적으로 소집된 집행이사회 긴급 화상회의 후 내놓은 성명 가운데 "ECB가 채권 매입 프로그램(SMP)을 (또다시) 적극 가동시킬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주목하면서 이는 이탈리아 국채도 유통시장에서 매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ECB와 유로 중앙은행들이 아시아 금융시장이 8일 개장하면 이탈리아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로이터는 지난주 유로 위기 심화를 저지하기 위한 개별 차원의 채권 매입이 이뤄졌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결국 '큰 손' ECB가 개입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ECB 집행이사회가 긴급 접촉에서 이번 위기가 민간은행의 핵심 '돈줄'인 머니마켓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6개월 시한부의 특별 유동성 공급 방안도 협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트리셰의 성명에는 이 문제가 빠져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8일 독일 등이 그간 ECB의 직접적인 채권 매입이 '통화 정책의 책임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반대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가 정상 담판으로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권 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로이터는 이탈리아 정부가 당초 2014년까지 재정 긴축을 실행키로 했던 것을 지난 5일 1년 앞당기겠다고 약속한 점도 ECB의 채권 직접 매입 재개를 가능케한 또다른 발판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EFSF 기능 확대와 관련해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자금 한계가 4천400억유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한 두 배 늘려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독일과 프랑스 등이 자국 여론을 감안해 여전히 주저하는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인터넷뉴스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