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숙박업소 등 망연자실..제주도는 '북적'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전국 유명 해수욕장과 자치단체가 피서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궂은 날씨 등으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8월 첫주로 이어지는 피서 절정기를 맞았지만 장마에 이은 국지성 호우와 이상저온이 계속되고 서울 등 수도권이 엄청난 물난리까지 겪으면서 피서경기가 실종되는 분위기여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흐린 날씨가 이어진 지난 1일 오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한 횟집 종업원 이모(50ㆍ여)씨는 "올해 여름에는 비가 내려도 너무 내린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만리포해수욕장은 지난 6월24일 충남 서해안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지만, 개장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장마 기간과 겹치면서 햇볕이 든 날이 손꼽을 정도다.

이씨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직후인 2008년 여름보다 조금 낫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손님이 훨씬 줄었다"면서 "성수기라서 밤 11시까지 가게 문을 열고 있지만 손님은 많아야 2~3팀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태안군은 해수욕장 상인회 등과 함께 해마다 되풀이되는 해수욕장 바가지 요금 시비와 불친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손님맞이 준비에 힘을 쏟았지만 올해 여름 들어 내리는 잦은 비로 아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상태다.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상인들도 서울ㆍ경기지역 피서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짓는 상황이다.

숙박업소 주인인 김모(54)씨는 "여름 특수를 겨냥해 숙박업소나 포장마차, 주차장을 임대한 업주들이 임대료도 건지지 못할 상황"이라며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때문에 피서철인데도 평소보다 관광객들이 적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수도권지역에 내린 폭우로 서울 근교 피서지인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공모(58.여)씨는 "작년보다 예약 손님이 30%가량 감소했다"며 "이쪽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예약을 취소하거나 손님 본인이 물난리를 겪어 사후처리를 하느라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해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속초해변에 이어 경포 해변 등 동해안 94개 해변이 일제히 개장해 운영 중이지만 햇볕을 찾아보기 어려운 궂은 날씨와 중부권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서철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주변 상인들은 울상이다.

잦은 비와 이상저온 현상으로 지난달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은 559만2천559명에 불과해 작년 같은 기간의 690만2천456명에 비해 19% 감소했다.

동해안 최대규모인 강릉 경포 해변의 경우 피서객을 기다리는 해변 백사장의 튜브와 파라솔 일부는 아예 덮개도 벗기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상태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붐비는 피서객으로 발을 디딜 틈 없어야 할 백사장과 주차전쟁까지 벌여야 할 주변 주차장도 예년 같지 않고,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이 많지 않다 보니 샤워장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경포 해변 인근 상가에서 횟집과 숙박업을 함께 하는 박모(52.여)씨는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회를 먹으려는 사람이 없어 아예 경기가 실종됐는데 수도권 물난리까지 겹쳐 최대 피서객인 수도권 주민들이 휴가를 아예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나마 날씨가 좋아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동해안인 경북 울진과 영덕, 경주 등지의 해수욕장에도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된 지난 주말부터 소나기가 내리면서 피서객 발길이 끊긴 상황이다.

영덕 바닷가의 한 횟집 주인은 "휴가철이면 낮 시간에 보통 10~15팀의 손님들이 가게를 찾았는데 지난 30~31일에는 절반도 안 왔다"며 "찬 바닷물 때문에 고기는 안 잡히고 손님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에는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3만9천594명으로, 전날인 30일 3만8천583명보다 1천11명이 많아 하루 단위로는 사상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지난 7월 한달간 12만1천877명으로, 지난해 8월 기록한 9만5천752명을 넘어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처럼 관광객이 몰리면서 최근 제주를 잇는 항공편은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을 제외하고는 좌석을 예약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호텔 등 숙박업소와 렌터카 등도 예약이 밀려 관련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각 해수욕장의 해변관리사무소와 해변봉사실에 부당요금 신고센터를 개설했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위생, 지역경제 관련 부서와 경찰 관계자로 편성된 물가지도합동단속반을 현장에 보내 단속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정표 유형재 김준호 홍창진 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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