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거례리서 청동기마을 통째로 발굴

배구 코트보다는 크고 농구코트보다는 작은 초대형 청동기시대 집터가 강원 화천군 거례리 북한강변에서 발견됐다.

매장문화재조사 전문기관들인 한백문화재연구원(원장 서영일)과 예맥문화재연구원(원장 정연우)은 거례리 유적을 조사한 결과 청동기 주거지 179기와 그 관련 수혈유구(竪穴遺構. 구덩이) 205기, 같은 시대 무덤 주변을 도랑으로 두른 돌널무덤인 주구석관묘 1기, 신석기 주거지 1기, 삼국시대 횡혈식 석실분 1기 등 총 387기에 이르는 유구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는 '4대강 살리기(북한강) 사업구간' 12공구내에 위치한다.

조사단은 "거례리 유적은 이른 시기부터 늦은 시기까지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고루 분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현재까지 북한강 상류지역에서 대단위 (청동기) 마을 유적이 거의 완전하게 발굴된 최초의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맥문화재연구원이 조사한 21호 주거지는 길이 26.34m에 너비 9.25m, 내부 면적 243.7㎡(73.7평)에 달하는 초대형으로 드러났다.

배구코트(18x9m)보단 크고 농구코트(28x15)보다는 작은 셈이다.

내부에서는 주위에 돌을 돌리고 바닥에 판석을 깐 형식인 이른바 '석상위석식(石床圍石式) 불땐자리와 2열×7행의 초석은 물론 돌대문토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됨으로써 청동기시대 이른 시기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동기시대 집터로 백제문화재연구소가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 예정지에서 발굴한 길이 32.6m, 폭 9.44m(93평)짜리가 최대며 이번이 두 번째다.

정연우 원장은 "거례리 대형주거지는 무엇보다 바닥 형태가 완벽하게 남았다는 점에서 특히 학술적 가치가 크다"면서 "기능은 공방 같은 데라기보다는 일반 주거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청동기시대 주거지는 여러 시기에 걸친 유적이 중복돼 발견됐다.

대규모 경작 등으로 심한 교란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화재주거지도 다수 드러났다.

조사단은 형태나 내부 출토 유물이 사용된 시기가 대체로 기원전 13~6세기인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