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상 최고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경험한 손해보험사들이 `2002 한ㆍ일 월드컵'을 그리워하고 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월드컵이 열린 2002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낮았던 때다.

앞으로 손해율을 높일 악재가 계속 쌓이고 이런 그리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낮았던 것은 월드컵(5월31일~6월30일)이 열린 2002년도로 68.3%에 그쳤다.

IMF가 열렸던 1997년도와 1998년도 손해율은 각각 64.1%, 61.7%였다.

특히 `무적함대' 스페인을 8강에서 격파하고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6월 손해율은 59.8%로 최근 10년 내 월(月) 단위 손해율로서는 유일하게 50%대를 기록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4월과 5월과 손해율도 62.5%, 66.0%로 IMF 때를 제외하면 같은 달 손해율 중 가장 낮았다.

이처럼 월드컵 당시 손해율이 낮은 것은 정부가 당시 월드컵을 앞두고 캠페인성 차원에서 대대적인 교통단속을 했던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붉은 악마'가 길거리를 점령해 시내 교통량이 크게 줄었고 교통사고도 그만큼 감소한 이유도 있다.

작년도 80.0%라는 사상 최고의 손해율을 기록한 손보사들로서는 월드컵 같은 대형 국제행사가 국내에서 한번 더 열리기를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손해율을 높일만한 악재들이 계속 쌓이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9월부터 경부고속도로 양재IC~천안IC 76㎞ 구간의 최고 제한속도가 시속 100㎞에서 110㎞로 높아졌다.

또 이달 10일부터는 기능시험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등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되면서 미숙한 운전자가 많아져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지난 4월 말에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이 금지됐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효과는 미지수다.

손보협회는 처벌근거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국회와 경찰청 등 관계부처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올해 말부터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자에게 최소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된 것은 손해율을 낮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으면 월드컵이나 동계올림픽이라도 한 번 더 열려 손해율을 떨어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2년 월드컵 유치에는 실패해 다음 달 개최지가 결정될 예정인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