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 머물며 거취 고민‥`당 복귀'도 저울질 하는 듯

이재오 특임장관은 9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장관실에 나오지 않았다.

매일 새벽 지하철을 타고 청사에 도착해 아침 운동을 한 뒤 집무실로 이동해 하루 일과를 시작했지만, 이날은 아침 운동만 한 뒤 지역구로 돌아갔다.

이 장관은 앞으로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지역구에 머물며 자신의 거취를 포함, 요동치는 한나라당 내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숙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장관은 특임장관직을 내놓고 당으로 돌아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측근들은 "이 장관은 당분간 특임장관직에 충실할 것"이라며 조기 당복귀에 부정적이었던 만큼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 측근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은 오늘 지역구에 머물 예정"이라며 "해외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15일)할 때까지 장고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취를 포함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그가 장관직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는 경선 이후 사석에서 "배신당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이 이처럼 격앙한 것은 무엇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계가 비주류인 황우여 후보 지지로 돌아선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4ㆍ27 재보선 이후 침묵하다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에 배신을 당했을 때 '허참 그게 아닌데' 하고 웃어넘겨라"고 했던 것도 이상득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일부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보신이나 안위를 우선한다며 상당히 분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도움으로 의원이 된 사람들이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힘쓰지 않고 각자도생하는데 대해 분노와 씁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가 장고에 들어가면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이 장관측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지했던 후보가 패했지만 여전히 60여명에 이르는 이재오계 의원의 결속력이 확인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당분간 당내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세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당내 주도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

이 대통령 귀국 후 그가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