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가 어려워 민간기업은 입질조차 하지 않는데 공기업인 LH마저 포기하면 도대체 누가 하라는 말입니까. "

25일 황해경제자유구역 아산 인주지구 주민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자금난과 불투명한 사업전망 등을 이유로 아산 인주지구에 대해 경제자유구역 사업철회를 결정하자 "차라리 재산권이라도 행사하게 지구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한화와 당진군,산업은행이 공동 출자한 ㈜당진테크노폴리스가 시행사로 나섰다가 역시 사업을 접었던 송악지구 일대 9개 리 주민들도 "지구지정만 해놓고 사업추진을 미뤄 15년 동안 주민 재산권만 침해당했던 석문국가산업단지의 복사판이 될 게 뻔하다"며 관계 당국을 원망했다.

경기 남부와 충남 서북부 지역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야심찬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이 4년여의 표류 끝에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 시행사로 나섰던 당진테크노폴리스와 LH가 잇달아 사업철회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지역민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정부가 평택항과 당진항 인근 지역을 국제 수준의 첨단기술 산업클러스터로 개발하는 동시에 대중국 진출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2007년 지정했다. 사업추진을 위해 충남도와 경기도 공무원들로 구성된 황해청은 2008년 문을 열고 사업시행사 선정 등 활동을 펴왔다.

황해청은 평택 포승지구,화성 향남지구,당진 송악지구,아산 인주지구,서산 지곡지구 등 5개 지구의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의 시발점이 될 사업자 선정이 미궁으로 빠져들며 사업계획 자체가 수정될 처지다.

황해청은 부랴부랴 당초 개발면적을 축소하는 '사업성 개선 용역'을 실시,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긴급처방이어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규모를 축소한다고 유망기업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구역이 축소될 경우 당초 개발지역에 속해 있던 주민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황해청 관계자는 "LH가 2025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국책사업을 포기한다니 난감하다"며 "공공용지비율 축소 등 민간 참여 유도 방안을 마련,새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새 사업자 선정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구지정 자체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주지구 경제자유구역반대 주민대책위 김금석 위원장은 "땅을 팔려고 해도 개발제한에 묶여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일단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필요시 재지정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 · 당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