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활성화 목적 달성 실패…정책 불신만 키워
당분간 시장침체 이어질 듯

정부가 3.2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택거래 활성화'라는 정부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거래가 끊어지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의 처리가 불발되는 등 정부 대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며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대지진과 유가 상승, 중견 건설업체들의 연쇄 법정관리 신청 등 대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거래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21일 "이번 대책이 거둔 효과는 미진했다"고 입을 모으며 오히려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고 평가했다.

◇3.22대책 내용과 진행 경과는 = 정부는 지난달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복원하는 대신 주택 취득세율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실수요자에 대한 DTI 완화 혜택 등의 '선물'을 내놨다.

취득세율을 현행보다 50% 줄여주고 고정금리ㆍ비거치식ㆍ분할상환 대출에 한해 최대 15% 포인트까지 DTI를 완화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복안이었다.

또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최근 2~3년 동안 급격하게 줄어든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취득세율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출발부터 벽에 부딪혔다.

이번 조치로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의 취득세율은 현행 2%에서 1%로, 9억원 초과 주택이나 다주택 소유자의 세율은 4%에서 2%로 각각 줄어드는데 지방세인 취득세 인하는 곧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결사 반대에 나선 것.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전국 16개 시도가 일제히 취득세 감면 반대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도 24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취득세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 대책을 마련해주겠다며 지자체들을 달랬으나 액수에 대한 견해차가 심해 갈등 봉합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3월22일로 소급 적용할지 여부도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는 사이 사람들이 아파트 입주를 미루는 등의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3월 말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단지에서 일부 입주 예정자들이 취득세 감면이 소급적용될지 확신하지 못해 잔금 납부를 미루고 예정된 입주 날짜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달 가까이 이어진 혼란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가 취득세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겨우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은 20일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는 데 실패해 사실상 4월 임시국회의 회기 내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이 2009년 2월 발의한 이후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왔는데 정부의 적극 처리 방침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강한 반발과 여당 내의 일부 이견으로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왕십리뉴타운 등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를 기다리며 사업을 미루고 있는 상당수 아파트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김포 한강신도시 등 진행 중인 분양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3.22대책 한달 간 성적표는 '글쎄' = 이번 대책은 핵심 방안들의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은 데다 대내외 악재들이 겹치는 바람에 아직까지 주택거래 활성화라는 원래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3천649건이었던 서울 시내 아파트 거래 건수는 4월 들어 21일 현재 단 576건에 불과하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달보다 주택거래가 급감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거래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114가 3.22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18일과 이달 15일, 한 달 사이의 3.3㎡ 당 매매가 변화를 비교한 결과 서울은 1천807만원에서 1천806만원으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도시는 가격 변동이 없었고, 수도권은 869만원에서 870만원으로 약간 올랐다.

서울의 주간 아파트 시세를 보면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0.01% 떨어졌다가 3월 마지막주에는 0.01% 올랐으나, 4월 들어 2주 연속 0.02%씩 떨어지며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의 D공인 관계자는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최근 아파트 가격이 2천만~3천만원씩 떨어진 상황"이라며 "취득세 인하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부동산 정책이 불확실해 섣불리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P공인 대표도 "매수세가 완전히 관망으로 돌아섰다"며 "정부가 취득세 인하 등의 방안을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발표만 하니 매수자 입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됐다.

발표 전에 야당, 지자체와 협의했다면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취득세율 인하 등의 활성화 방안보다는 DTI 규제 부활이 지닌 파괴력이 더욱 커 거래를 위축시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남구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개포동에는 재건축 호재가 있었는데도 DTI 규제가 살아나 수요자들의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고, 송파구 가락동 M공인 대표도 "DTI 규제로 유동성이 위축되니까 투자 목적 수요자들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과 전망은 = 3.22 대책은 거래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후속 조치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점에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서울과 수도권 거래 현황을 보면 효과가 미진했다고 볼 수 있다"며 "주요 방안의 후속 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 부동산대책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정부 대책이 나오더라도 순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 중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긁어모으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정부 카드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도 "분양가 상한제와 상관없는 지방은 이번 대책의 무풍지대였고 수도권은 DTI 규제로 더 위축됐다"며 "오히려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갔다"고 비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취득세율 인하 조치가 곧 통과될 전망이지만 나머지 정책의 불확실성과 전반적인 시장 여건의 악화로 당분간 부동산 거래는 계속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본부장은 "사람들이 요즘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지 취득세 때문은 아니다.

취득세 인하가 되더라도 실제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약보합세의 지속을 예상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9억원 이상 주택은 취득세 인하의 영향으로 거래가 늘겠지만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고, 박 소장도 "앞으로도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데다 금리도 올라 시장을 짓누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유진 기자 firstcircle@yna.co.kr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