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산학협력단은 2009년 정부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수행하고 얻은 수입 등으로 395억원의 운영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결산 결과 43억원의 손실을 냈다. 산학협력단 운영비용으로 438억원을 지출,'밑지는 장사'를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국책 사업에 참여하려면 대응자금(대학이 투자하는 금액)을 확보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며 "기업 프로젝트를 늘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기업들이 대학과 일하는 것을 꺼려해 일감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늪에 빠진 산학협력단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내 대학의 산학협력 활동이 위기를 맞았다. 기업들의 외면 속에 국책 사업으로 근근히 연명해 나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재원 부족-연구 · 개발(R&D) 역량 약화-프로젝트 수주량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국책 연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대응자금이 협력단 운영에 가장 큰 애로 요인"이라며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작년 말 대응자금 납부 기준을 없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등 대부분의 정부 부처는 여전히 현물 등의 형태로 대학에 대응자금을 요구한다. 대학이 부담하는 몫은 프로젝트 운영에 소요되는 자금의 10~20%가량이다. 무거운 세금도 골칫거리다. 산학협력단은 비영리법인인 대학과는 별개의 법인이다. 지방세 상속세 증여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기술이전 및 사업화의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산학협력단이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해 보유하면 상속세와 증여세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위주의 취약한 인력구조도 산학협력단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 대학 관계자는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보니 정규직을 뽑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업 "지재권 분쟁 부담"

대학 산학협력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응은 "관심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대학과의 관계 유지와 인재 발굴 등을 위해 간간이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낮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학 연구소는 장비가 낙후돼 있는데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수준도 기업 연구원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며 "대학과 같이 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 결과물을 놓고 종종 벌어지는 대학과의 지식재산권 분쟁 문제도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단기 업적주의도 산학협력 확산에 걸림돌이다. 대기업 소속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대학들에 주로 맡기는 기초분야 연구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이런 프로젝트는 예산 배정 때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 연구소 특유의 강점인 아이디어의 참신성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많다. 대부분의 대학이 창의성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모범생들을 프로젝트에 추천하는데다 지도교수의 입김으로 진부하고 교과서적인 내용만 보고서에 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이 산학협력을 통해 차근차근 기술을 쌓아가는 것보다는 돈을 주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 결과가 기술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지급하는 기술 로열티 급증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는 2007년 31조3014억원,2008년 34조4981억원에 이어 2009년 37조9285억원으로 절대 규모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지급하는 기술 로열티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연구개발비 대비 기술도입액 비중은 2007년 15.1%에서 2008년 18.1%로 상승한 데 이어 2009년엔 28.4%까지 치솟았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이 기술도입을 대가로 해외에 지급한 금액은 총 84억3800만달러로 기술 수출액 35억8200만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산학협력 활동이 부실해지면서 국내에 쌓이는 과학기술 관련 지적 자산도 빈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적 자산의 누적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특허출원 건수는 2007년 17만2469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2008년 17만632건,2009년 16만3523건 등으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등록 건수 역시 3년 사이 12만3705건에서 5만6732건으로 급감했다.

김일규/송형석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