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주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제러드 리 러프너(22)의 변호를 흉악범 전문 여성 변호사가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산드라 데이 오코너 연방 법정'에 모습을 드러난 러프너와 동행한 변호인은 주디 클라크(58). 연방 국선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 사형선고까지 가능한 예상 형량 등을 감안해 형사사건 전문인 클라크 변호사가 사건을 맡도록 요청했다.

클라크 변호사는 미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총격사건 용의자에 대한 변론을 단기필마로 맡게됐지만 이미 법조계에서는 형사사건 변호사의 `수호성인'으로 불릴 정도로 명성을 쌓아왔다.

그녀가 변호를 맡았던 인물중에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6회에 걸쳐 컴퓨터 종사자 등 주로 과학기술과 관련있는 사람들에게 우편물 폭탄테러를 감행한 `유나바머'(Unabomber)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대표적이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폭탄 테러범 에릭 로버트 루돌프, 9.11 테러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자카리아스 무사위, 1995년 어린 두 아들을 호수에서 익사시킨 수잔 스미스 등이 포함돼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애쉬빌 출신의 클라크 변호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30여년간 형사사건 피고인을 전문적으로 변호해 왔으며, 특히 사형사건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날려왔다.

사형제에 강력히 반대하는 클라크 변호사는 카진스키, 루돌프, 스미스 등 자신이 변론을 맡았던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 최종 판결에서 사형 대신 종신형을 이끌어냈을 정도이다.

시애틀의 토드 메이브라운 변호사는 "클라크 변호사는 사형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그녀의 활동을 지켜본 법조인이나 피고인 가족들은 클라크 변호사가 전문 법률 지식에 정통한데다 사법정의에 대한 열정도 뜨겁고, 특히 흉악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과의 감정이입을 통해 정확한 변론을 전개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칭찬하고 있다.

유나바머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동생인 데이비드 카진스키는 형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라크 변호사는 형을 끊질기게 설득하고 마음의 문을 열도록 했고, 결국 사형 대신 종신형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는 흉악범죄를 저지른 형 테드의 마음속에서 인간적인 측면을 보고 이를 적극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에서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해온 그녀는 1996년 국선변호인중에서는 처음으로 `미 연방 형사피고인 변호사협회'(NACDL)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업을 하고 있으며, 전국을 순회하며 사형제 관련 강연과 자문을 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전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