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국무부, 호도르코프스키 유죄판결 비판

미국은 27일 러시아의 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에 대한 러시아 사법당국의 추가 유죄 판결을 강하게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호도르코프스키에 대한 이번 러시아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선별기소의 문제점과 정치적 고려 때문에 법치가 무색해졌다는 문제점을 심각하게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과 유사한 판결들이 국제적인 인권 의무를 준수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시켜온 러시아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현대화 계획을 환영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적법 절차와 사법부의 독립이 존중받는 환경이 요구된다"며 "우리는 이번 항소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심각한 절차상 위반에 대한 의혹 및 부적절한 목적의 법적 체계 남용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독립적인 사법체제를 함께 발전시키지 않는 이상 현대적 경제를 육성할 수 없다"면서 법에 의한 지배체제를 갖추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현대화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 심화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때 거대 석유기업 유코스 회장으로 러시아 최고의 갑부 지위를 누리다 지난 2003년 사치와 탈세 등 혐의로 8년 형을 선고받고 7년째 복역 중인 호도르코프스키는 회사 재산 횡령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돼 이날 유죄가 선고됐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자신에 대한 사법 절차가 2003년 총선 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에 정치자금을 댄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번 유죄 판결로 대선이 열리는 2012년까지는 감옥에서 나올 가능성이 없을 전망이다.

러시아 야당은 현 정권이 차기 대선이 예정된 2012년 이전에 호도르코프스키를 석방할 경우 그가 야당의 중심 인물로 부상해 대선 정국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황재훈 특파원 sgh@yna.co.kr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