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의 양형에 대해 피고인은 항소를 포기하고 검사만이 항소했을 때에도 항소법원은 양형이 오히려 무겁다며 1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은 갚을 능력과 의사가 없으면서 할부로 물건을 사는 등의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이모(35)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와 같이 판결에 영향에 미치는 사유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았어도 항소심의 심판 대상이 되고, 검사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심이 1심 양형보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형량을 정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5년 12월 자본금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가장해 인터넷 광고 대행 회사를 차린 뒤 할부금을 갚을 능력이 없이 38만5천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피해액이 크지 않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이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자 검사는 종전에도 사기죄로 처벌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한 반면 이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 정도가 무겁지 않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1심을 깨고 이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