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동맹 체결 등 화해 분위기 반영한 듯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부정시비에 휘말려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나탈리야 티마코바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이날 "벨라루스 선관위의 공식 선거 결과 발표와 국제 참관단의 결론에 관한 러시아 선관위 위원장의 보고에 근거해 루카센코 대통령에게 축하 서한이 발송됐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루카센코 대통령의 성공적 업무 수행과 형제국인 벨라루스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티마코바 실장은 설명했다.

벨라루스 선관위는 23일 루카센코 대통령이 지난 19일 치러진 대선에서 79.6%의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루카센코 대통령을 제외한 9명의 야당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안드레이 산니코프는 고작 2.43%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이에 앞서 루카센코 대통령의 압승에 관한 출구조사 결과와 사전 개표 결과가 알려지자 야당 지지자 수천 명은 투표 종료 직후 대규모 항의 시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야당 대선 후보 5명을 포함한 수백 명이 경찰과 보안기관에 연행됐다.

이같은 혼란에도 루카센코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은 투표 직후 서둘러 루카센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나섰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대선이 벨라루스 역사의 황금 페이지를 장식했다"고 높이 평가했으며 차베스 대통령도 "위대한 유럽 지도자의 승리"라고 축하했다.

하지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참관단은 이번 선거가 민주적 기준에서 크게 동떨어지고 개표과정에서도 다수의 위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체코, 폴란드, 스웨덴 외무장관들도 23일 "벨라루스 대선이 민주적 합법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개표도 가식적 놀이로 변모했다"며 "루카센코와 긍정적 교류를 하는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주장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루카센코 정권과의 교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주 초 벨라루스 보안기관의 시위대 폭행과 체포에 대해 "벨라루스의 내정 문제"라며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최근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권 3개국이 경제협력을 위한 '관세동맹'을 체결하면서, 원유 공급 가격 등의 문제로 몇년 동안 갈등을 겪어온 벨라루스와의 관계가 화해국면에 들어간 것을 반영한 발언이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방의 비난 여론에도 루카센코 대통령의 대선을 축하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도 이같은 화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