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외무장관, 하원 연설서 밝혀
하원, 1차 검토서 START 비준안 통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4일 앞서 미국 의회가 비준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비준안을 1차 독회(검토)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유럽 미사일방어(MD) 구축 계획을 밀어붙일 경우 러시아는 START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원 총회에서 열린 START 비준안 관련 1차 독회에서 전체 450명의 의원 가운데 350명의 의원이 찬성하고 58명이 반대해 비준안이 통과됐다.

비준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공산당과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의원들로 알려졌다.

START 비준안은 앞으로 두 차례의 독회를 더 통과해야 하원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하원은 내년 1월 중순 이후 비준안 논의를 위한 2차 독회를 열 예정이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이날 총회에서 "위원회가 START 비준안 2차 독회를 위한 준비를 내년 1월 중순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비준 뒤엔 상원 비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 "미 MD 강행하면 START 탈퇴" = 이날 하원의 START 비준안 독회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연설에서 미국이 유럽 MD 시스템 구축 계획을 강행할 경우 러시아는 미국과 체결한 START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전면적 MD 전개 계획 실현은 러시아의 START 협정 탈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전했다.

라브로프는 "START 협정 내용은 명백히 MD와 전략무기 사이의 연관관계를 명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은 협정서 서문에 들어 있고, 본문에는 만일 비상상황이 발생할 겨우 양측은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전(全) 지구적 MD 전개는 본문에 명시된 비상상황에 해당한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미국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우리는 당연히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들과의 동등한 협력을 원하며, 서로의 잠재력에 근거한 공동의 (MD) 시스템을 구축하길 희망한다"며 "만일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고 러시아의 우려가 무시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MD와 관련한 상황을 최대한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하원 독회가 끝나고 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하원이 2차 독회에서 (START와 MD가 무관하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미국 상원의 해석에 답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하원 연설에 앞서 상원에서 한 연설에서도 "새 START 협정에 언급된 전략무기와 MD 사이의 연계 조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 美 유럽 MD, START 성공의 변수 = 미 공화당 의원들은 앞서 22일 START를 비준하기 직전까지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 구축과 러시아의 협정 파기 권리를 연계한 협정 서문 조항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유럽 MD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러시아가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유럽 MD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반영한 문제의 서문 내용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미국의 MD 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설득했고, 결국 상원의 여.야 의원들은 START와 MD가 무관하다는 내용을 결의안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타협점을 찾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대(對)의회 연례 국정연설에서 미국 등 나토 국가들이 유럽에 구축하려는 MD 시스템과 러시아 MD 시스템 간 협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러-나토 간에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는 이에 앞서 2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러-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와 나토의 MD 시스템을 합친 통합 MD 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이 MD와 START 간의 상관 관계를 이처럼 재차 분명히 밝힘에 따라 START의 관련 조항 해석을 둘러싸고 러.미 양국 간 및 양국 내에서 새로운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