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상.하원 고위 인사 "하원 비준 절차 늦어져"
전문가들 "비준 거부 가능성은 희박" 전망


러시아 의회가 앞서 미국 상원이 비준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최종 비준을 내년 1월로 미룰 것이라고 러시아 상.하원 고위인사가 밝혔다.

현지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등에 따르면, 러 연방회의(상원) 의장 세르게이 미로노프는 24일 올해 상원 마지막 총회를 주재하면서 "START 최종 비준이 신년 연휴 이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로노프 의장은 이날 "START 비준안이 하원 비준을 거쳐 오늘 상원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원이 오늘 1차 독회(논의)만을 하고 최종 비준은 새해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원은 오늘 START 비준안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정은 하원인 국가두마의 3차례 '독회(토의)'와 상원인 연방회의 토의를 통과해야 최종 비준된다.

이에 앞서 콘스탄틴 코사체프 하원 외교위원장은 전날 미국 내 절차가 마무리된 START에 대한 비준이 신년 연휴가 끝나는 1월10일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사체프 위원장은 24일 중 START 비준안에 대한 1차 토의가, 1월10일 이후 2차 및 최종 3차 토의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코사체프는 비준 연기가 미국 상원이 START를 비준하면서 채택한 결의안과 관련한 러시아 의원들의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이 주목하는 미 상원 결의안 내용은 'START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배치에 제한을 가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대목이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START 비준 직전까지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 구축과 러시아의 협정 파기 권리를 연계한 협정 서문 조항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유럽 MD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러시아가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유럽 MD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반영한 문제의 서문 내용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미국의 MD 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설득했고, 결국 상원의 여.야 의원들은 START와 MD가 무관하다는 내용을 결의안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타협점을 찾았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모스크바 시간) 늦은 저녁 전화통화를 하고 미 상원의 START 비준이 상호존중에 기초한 러-미 사이의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양국의 공동 노력 결과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밝혔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 의회의 START 비준 연기가 비준 거부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명한 새 START는 각국이 실전 배치한 전략 핵무기 수를 이전 협정의 2천200기에서 1천550기로 감축하고, 상호 무기 모니터.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