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예산을 국회에서 많이 삭감해 불교계가 대단히 섭섭해하고 있습니다. 소실된 범어사 천왕문은 불교의 유산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유산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전통문화 유지와 보존을 위해 예산을 잘 세워서 더 많이 지원해야 합니다. "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목사 · 67 · 사진)은 20일 국회의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개신교계에서 템플스테이에 대응하는 '처치스테이(church stay)'를 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21일 실시하는 제17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한 명이 공약사항으로 내걸었을 뿐 한기총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목사가 앞으로 5~6년 동안 3000억원을 지원받기로 정부 관계자와 얘기했다고 하지만 한기총은 그런 프로젝트를 통보받은 적도,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대구 · 경북 등 영남권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불교계의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여러 채널을 통해 전했지만 조직 간의 구속력이 없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하면서 (처치스테이로)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야기해 국민화합을 저해해선 안 됩니다. 종교인들이 서로 이해해서 국민화합과 안보를 튼튼히 하고 자유를 빼앗긴 채 살고 있는 북한 동포를 도울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돼요. "

지난 9~16일 불교,천주교,원불교,유교,민족종교 지도자들과 이스라엘과 로마로 이웃종교체험 성지순례를 다녀온 그는 "같이 다녀 보니 교리와는 별개로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충분히 하나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이제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국민화합을 통해 나라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며 "다만 너무 민감한 시점에 군사훈련을 하기보다는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님의 정신을 살려 성탄 절기는 피하도록 시기를 좀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