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속 김승연 회장 영장 저울질…"혐의 입증 자신"
일각선 "결과적으로 별건 수사" 불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두 차례나 소환조사한 서울서부지검이 김 회장에 대한 추가소환 방침을 밝히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저울질하고 있다.

'먼지털기식 사정(司正)'이란 비난 여론과 실무 관계자의 구속영장 기각 등 악재가 겹쳤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들어 그룹 총수까지 구속할 수 있다는 배수진을 치고 총공세에 나선 분위기다.

19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지난 1일과 15일 소환한 김 회장을 1∼2차례 더 불러 조사하고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이 이처럼 재벌 총수인 김 회장을 수차례 소환하고 영장까지 검토하는 것은 수사 장기화에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한화그룹은 검찰이 지난 9월 비자금 의혹을 포착해 공개수사에 착수한 이후 수개월간 피의자 기소 등 성과를 내지 못하자 '압박식 수사로 정당한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비자금 의혹에서 출발한 조사가 협력사 부당 지원과 횡령 등으로 커지며 '별건 수사'라는 비난마저 커지자 검찰이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그룹 총수의 신병처리까지 염두에 둔 강경카드를 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김 회장은 15일 두번째 소환 때 "조금 심한 것 아니냐"며 그동안 수사와 관련해 쌓였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은 김 회장 추가소환에 앞서 그의 장남인 김동관 차장 등 그룹 핵심 관계자를 매일 10여명 소환하는 등 한화측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1조원대 배임ㆍ횡령을 지휘한 혐의로 홍동옥 한화그룹 전 CFO(재무총책임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범죄 사실의 중대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아 검찰 안팎에서는 한화그룹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검찰은 홍 전 CFO와 김 회장의 신병을 모두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와신상담' 자세로 막바지 증거 보강에 몰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한 영장마저 기각되면 '부실수사 남발'이라는 비난 여론이 더욱 증폭될 수 있어 영장 청구에 부담이 크지만 나름대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김 회장이 실제 소유주인 부실 위장 계열사에 한화그룹이 수천억원을 지원해 부채를 갚아준 점이 명확한 만큼 대규모 배임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기춘 서부지검장은 최근 검찰 내부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한화 측이 해당 조처를 '재무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하고 '채무변제' 사실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며 한화측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문제가 된 위장 계열사가 모두 차명주주를 내세우고 있고, 한화 측이 원래 소유주가 다른 계열사라고 해명하면서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에 자신감을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강공모드에 한화 측은 물론 재계 일각에서도 불만이 많다.

비자금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칼을 빼든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별건' 혐의로 수사초첨을 변경한 것은 결과적으로 별건 수사이고, `환부만 신속히 도려내는 수사'를 강조한 김준규 검찰총장의 새 수사 패러다임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기업수사를 할 때 가장 흔하게 꺼내드는 것이 배임ㆍ횡령 아니냐"며 "기업도 투명경영을 위한 노력을 더해야 하지만 검찰도 별건 수사라는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결과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증거가 없는 만큼 배임 혐의를 두고 법적 논란이 많다.

법원의 영장심사에서 옳고그름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며 불만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나 서부지검 관계자는 "비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혐의(배임ㆍ횡령 등)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별건ㆍ부당 수사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