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옵션만기일에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 주가 급락을 초래하고 증시를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은 유럽계 대형 은행인 도이체방크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도이체방크의 거래 내역을 꼼꼼히 뒤져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를 점검하는 등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7일 "11 · 11 옵션쇼크 당시 2조원가량의 매도 주문이 런던 도이체방크의 여러 계좌에서 나와 홍콩법인을 거쳐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체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도이체방크는 대규모 매도에 앞서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풋옵션과 합성선물 포지션을 구축해 상당한 수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이나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도 "도이체방크 계좌에 들어 있는 투자자금이 자체 자금인지,헤지펀드 등 고객 돈이 섞였는지를 현지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해 조사 완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조사가 상당히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혐의 확인에 진전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주식 매도 창구로 활용된 한국 도이치증권 임직원들을 불러 거래 내역에 대한 소명을 들은 결과,이들이 '다양한 투자전략의 일환'이라고 해명해 그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8일부터 홍콩으로 검사역 5명을 파견해 2주일가량 현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종 조사 결과는 내년 1~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우리 자본시장을 허술하게 보고 혼란을 유발한 외국인 투자자가 종종 있었지만 제대로 처벌된 적은 없었다"며 "불공정 혐의가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