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찰 `뒷북 압수수색' 주장 강도높게 반박

검찰이 15일 총리실 산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압수수색을 뒤늦게 하는 바람에 증거인멸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달랑 수사의뢰서 한 장만으로 곧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은 전혀 법 상식 없이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월5일 오후 총리실의 수사의뢰를 접수하고 나흘 뒤인 9일 오전 지원관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는데, 이미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훼손돼 있어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 애를 먹은 바 있다.

수사의뢰가 들어오자마자 압수수색 절차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리 만무하기 때문에 수사의뢰 당일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현 사법시스템상 생각해볼 수도 없었던 일이라는게 검찰의 항변이다.

신 차장은 "당시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수사의뢰가 들어오기도 전에 누가 수사를 하게 될 줄 알고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겠느냐"며 "며칠 조사한 내용으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도 8시간 넘게 법원에서 심사숙고해 내준 것인데 첫날 청구했으면 당연히 기각됐을 것"이라고 했다.

총리실에서 자체 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수사 의뢰서에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담겨 있지 않아 영장을 청구하기 앞서 기초 수사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틀 전 총리실 직원 장모씨가 하드디스크 4대를 `디가우저'(하드디스크 영구파괴 장비)로 훼손한 사실이 밝혀진데 대해서도 증거인멸은 그 전에 다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 차장은 "지원관실에서 7월5일 아침에 (이레이저 프로그램으로) 하드디스크를 싹 지웠고 총리실은 그날 저녁 수사 의뢰를 했다"며 "그래도 불안하니까 확실하게 지운다는 차원에서 7월7일 디가우저로 한 번 더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틀 간의 조사를 거쳐 수사 의뢰되지 않은 직원의 연루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직원 집에서 이인규 지원관이 관련된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며 압수수색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의뢰를 받고나서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해 수사 의뢰서에 없었던 지원관실 직원의 연루 정황을 포착한 덕분에 그 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전 지원관을 기소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