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수사 전단계…`게이트급' 비화 가능성도

검찰이 C&그룹의 비자금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그룹 측에 특혜금융을 제공한 의심을 사는 금융사로부터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됐다.

지난 23일 사기 대출 혐의로 임병석 C&그룹 회장을 구속한 이후 배임과 횡령 등 주로 임 회장의 개인 비리를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춰온 검찰이 금융권 로비 의혹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사 대상에는 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뿐만 아니라 보험사 등 제2금융권도 포함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국내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C&그룹의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과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중공업에 지급보증을 섰다 1천여억원의 손실을 본 메리츠화재, C&백화점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된 농협 등으로부터 여신 현황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금융사가 통상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C&그룹에 과도하게 대출을 해주거나 무리하게 지급보증에 나선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2008년 10월말 기준으로 C&그룹의 전체 여신 규모는 1조3천52억원으로, 이 대부분은 C&그룹이 2002~2008년 C&우방과 C&해운 등 '알짜기업'을 사들이고 조선업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면서 금융권에서 조달한 것이다.

제1금융권에서 C&그룹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한 우리은행은 이들 금융사 중에서도 특혜금융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우리은행은 2007~2008년 뒤늦게 조선사업에 뛰어들어 목포 조선소를 짓던 C&중공업과 조선ㆍ해운산업으로의 사업재편을 위해 설립된 C&구조조정 등에 모두 2천247억원의 사업자금을 빌려줬다.

이 시기는 박해춘(62)씨와 동생 박택춘(60)씨가 우리은행장과 C&중공업 사장으로 재직하던 때와 절묘하게 일치한다.

조선업 진출을 위해 막대한 사업자금이 필요하던 C&그룹이 로비를 통해 돈을 조달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C&그룹에 모두 1천586억원을 대출한 농협의 경우 서울 신림동의 C&백화점 신축비용 명목으로 빌려준 500억원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농협이 건물의 공정률에 따라 대출금을 분할 지급하는 금융권 관행에서 벗어나 백화점 부지 소유권도 없던 C&그룹에 수백억원을 한꺼번에 대출해 준 대목에 주목, 그룹측의 조직적인 로비나 외압이 있었는지를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들 제1금융권과 함께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C&그룹 계열사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 막심한 손해를 떠안은 메리츠화재 등 제2금융권에도 매서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C&중공업이 조선업에 뛰어들어 목포조선소를 짓던 2007년 우리은행에서 1천367억원의 사업자금을 대출받았을 때 1천268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가 기업이 워크아웃 실패로 퇴출되면서 1천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특히 대출이 이뤄진 시점이 조선경기가 활황기에서 벗어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C&그룹 전체가 무리한 '몸집불리기'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때여서 특혜 지원 의혹이 더욱 도드라진다.

검찰은 이들 금융사 외에도 외환은행이나 신한은행, 대구은행, 동양종금, 한국수출보험공사 등 다른 1ㆍ2금융사들과 정부 출자 공기업에도 대출 비리를 확인하고자 여신 현황자료 확보에 나서 파장은 갈수록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결정적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건이 'C&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전성훈 나확진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