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관련 진술 확보…재무 임원 소환 임박

C&그룹의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6일 임병석 그룹 회장이 핵심계열사인 C&중공업의 해외법인에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C&중공업(옛 진도)이 1992~1994년 중국의 한 해운업체와 합작해 중국 광저우와 다롄, 상하이 등 세곳에 설립한 컨테이너 공장 소유의 계좌를 통해 임 회장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유력한 단서를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존재 여부와 규모를 확인하는 대로 중국법인에서 재무를 담당한 상무급 임원과 직원들을 불러 이 돈의 용처를 파헤칠 계획이다.

검찰은 C&중공업이 중국 법인에서 나오는 수익을 회사 수익에 포함시키지 않고 장부에서 누락했을 가능성과 국내 금융권에서 빌린 자금을 현지 법인 계좌로 빼돌렸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최근 그룹 재무를 총괄 관리하는 고위 임원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외법인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C&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룹이 벼랑 끝에 몰린 작년 고위 임원들 사이에는 그룹 차원에서 C&중공업의 해외법인에 거액의 자금을 숨겼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C&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 지원받은 400억원대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사는 C&라인이 최근까지 운영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등의 해외법인에서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1천억원대의 사기 대출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된 임 회장과 인수ㆍ합병(M&A)에 관여한 그룹 임원 5~6명을 다시 불러 금융권에서 1조원대의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그룹에 지원한 2천200억원대의 대출이 박해춘(62)씨와 박택춘(60)씨 형제가 각각 은행장과 C&중공업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집중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박씨 형제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은 C&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지원 뒤에 거래은행의 암묵적인 비호나 정치권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C&그룹 내부비리 수사를 일단락짓고 금융권과 정ㆍ관계에 대한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웅 나확진 기자 cielo78@yna.co.krabullapia@yna.co.kr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