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관련국들이 회담 재개 분위기를 띄우려는 사전정지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회담 재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물밑 움직임이 눈에 띈다. 북한은 강 · 온 양면 전략을 동원해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선 유화 제스처의 일환으로 미국의 '비공식 인사'들을 잇달아 초청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수전 셔크 전 국무부 차관보와 토니 남궁 뉴멕시코주지사 수석고문에 이어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이 내달 말까지 방북한다.

북측은 다른 한편에선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강경 제스처도 쓰고 있다.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던 함경북도 풍계리 일대에서 사람과 차량의 움직임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이는 3차 핵실험과 같은 벼랑끝 전술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위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측이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 · 미 고위급 접촉을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으로선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북측의 유화 공세에 미국 측은 일단 "남북 관계 진전이 최우선적 조치이고,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북한이 앞으로 남북 대화에 일정한 속도를 내고 중국이 중재 움직임에 나설 경우 북 · 미 간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21일 한 세미나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일정한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천안함사태 사과와 남북 대화 재개→고위급 북미 대화→6자 간 베이징 예비회담→6자회담 공식 재개 등 4단계 과정을 예로 들었다. 셔크 전 차관보도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접근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의 입장에도 다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천안함사태와 6자회담의 분리 가능성을 시사하고,6자회담의 구체적 조건을 제시하는 발언이 외교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내달 11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남북 관계와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 전반에 걸쳐 큰 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