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크게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경제 성장조차 지연되고 있습니다. "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조찬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웃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30%,중국은 50%,스웨덴은 70% 정도라고 답했다"며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은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몰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뢰가 부족하면 지연 학연 혈연 등 폐쇄적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거래비용이 증가한다"며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 부족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감소분은 27%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GDP는 세계 15위 수준으로 2003년 11위에서 추락했으며,중국 인도 등 경쟁국들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선진국이 되면 자연히 사회적 자본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사회적 자본이 갖춰져야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도하게 높은 복지 수준을 약속하는 정치인 역시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이슈였듯이 다음 선거에선 무상의료가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의 경제에서 4만달러 수준의 복지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형평성 · 평준화를 중시하는 국민 정서도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과거 지방이 비평준화 제도일 때는 인재들이 지방에서 자랐지만,평준화가 된 지금은 지방 유지들이 자녀를 서울 강남에 보내서 키우려고 해 지방이 오히려 더 피폐해졌다"고 전했다. 대학 등록금 상한제 등도 "대학 경쟁력 약화보다는 소외계층 배려에 더 신경쓰는 전형적인 '한국식 복지'"라고 꼬집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