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침체에도 땅 사는 건설사들
"좋은 땅을 경쟁을 벌이지 않고 싼 값에 살 수 있는 지금 같은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 "

최근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 내 부지를 사들인 부동산 개발 시행사 MDM의 문주현 회장은 "한발 앞서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분양시장 침체 속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부지를 사들이는 건설사와 시행사가 나오고 있다. 기반시설을 갖춘 택지지구 내 중소평 아파트 부지나 오피스텔 부지가 매입 대상이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권이 부지 매입비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자금력을 갖췄거나 시공사와 연대보증 협의를 마친 일부 시행 · 시공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겨냥한 매입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택지지구 중소형 부지 입질

7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업체인 한양은 최근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매입했다.

이곳에선 당초 올해 아파트 1만채 공급이 예정됐지만 지금까지 2000채가량에 그칠 정도로 분양 시장이 침체된 곳이다. 한양 관계자는 "올해 초 전용면적 71~84㎡의 중소형 1473채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며 "상대적으로 싼 중소형에 대한 수요가 살아 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하면 땅을 되사주는 조건(토지 리턴제)으로 판매한 땅이어서 리스크도 최대 2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인창건설도 최근 미분양 · 미입주 문제가 심각한 파주 운정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25블록을 낙찰받았다. 60~85㎡ 중소형아파트 1706채를 건설할 수 있는 넓은 부지다.

정일천 인창건설 사장은 "수도권 미분양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된 중소형이 미분양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분양 단지를 잘 살펴보면 턱없이 비싸게 공급됐거나 화장장 등 혐오시설이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등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울트라건설은 지난달 서울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민간아파트 용지(85㎡ 초과 550채)를 매입했고,GS건설 대원 신안 등은 경기도 동탄2신도시 아파트 부지를 사들였다. 대원은 대덕연구개발특구 1단계 A2-1블록도 낙찰받았다.

◆디벨로퍼는 요지 오피스텔 눈독

디벨로퍼(시행사)들은 오피스텔 부지를 공략하고 있다. 시행사인 MDM은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 활성화단지 내에 중소형 평형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1-2블록을 매입했다.

문 회장은 "적어도 30~40%의 토지대금을 직접 투입한 뒤 부동산신탁회사에 개발신탁을 의뢰하는 구조를 도입해 시공 단가를 낮추고 시공사의 연대보증 부담을 덜어주는 개발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백씨앤씨도 가든파이브 활성화단지 내 오피스텔 부지(1-1블록)를 계약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변에 위례신도시 법조단지 등 개발 재료가 많아 소형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비전스텝도 경기도 분당신도시 백궁 · 정자지구 내 오피스텔 부지를 매입해 11월 분양을 준비 중이다. 임현욱 사장은 "분당은 여러 번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어 가장 자신 있는 곳"이라며 "정자동에 오피스텔 공급이 5년 이상 끊겨 있어 축적된 대기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