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주의 종류는 다양하다. 1923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르망 24'는 3명의 레이서가 교대로 24시간 동안 일정 코스를 반복해서 질주하는 경주다. 주어진 시간안에 가장 멀리 간 팀에 우승이 돌아간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는 1만㎞ 안팎의 험한 오프로드 구간을 달리는 경기다. 워낙 악조건이라 출전팀의 반 정도가 탈락한다. 지금까지 5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육상의 100m처럼 직선 주로에서 속도를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도 있다.

가장 큰 대회는 역시 포뮬러 원(F1)이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포뮬러는 규정이나 규칙,원은 첫째라는 뜻이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자동차 제원에 대한 규정을 세부적으로 정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F1에 참가하는 자동차에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배기량 2400cc의 8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750~780 마력.같은 배기량의 일반 승용차는 170마력 안팎이니까 엄청난 파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2.4초,200㎞까지도 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자동차가 아니라 '머신'으로 부른다.

무엇보다 머신엔 기계적 퍼포먼스와 공기역학적 차체구조가 잘 조화돼 있다. 시속 200㎞까지는 주로 엔진의 힘으로 치고 나가지만 그 이상에선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기술이 함께 쓰인다. 앞뒤에 달린 윙이 공기를 이용해 차체를 밑으로 눌러줌으로써 노면에 붙어 고속으로 코너링을 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안전 장치도 첨단이다. 차체가 12겹 벌집구조 탄소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면충돌을 해도 20t의 하중을 흡수할 수 있다. 머신 한 대 가격은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바레인 GP(그랑프리)로 시작된 올 시즌은 세계 19개국을 돌며 경기를 펼치게 된다. 22~2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코리아 GP는 시즌 17번째 레이스다. 동원되는 관중은 GP마다 평균 20만여명,연 400여만명에 이른다. TV로 전 세계에 중계돼 한 시즌에 6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최고의 스피드 쇼'다.

영암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관중동원 등에서 미흡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준비에 총력을 쏟아야 할 일이다. 올림픽,월드컵 축구와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에서 체면을 구겨선 안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