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초에 한 대씩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폰을 만들고 매출과 순이익은 1년 만에 두 배로….

삼성전자나 LG전자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의 실적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핀란드 노키아,캐나다 리서치인모션(림 · RIM),미국 애플 다음의 자리에 있다. 피터 초우 HTC 최고경영자(CEO)가 "2012년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톱3'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게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신무기 투입

HTC는 7일 대만 타이베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아시아 지역 미디어를 대상으로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2.2' 버전을 탑재한 스마트폰 '디자이어HD'와 '디자이어Z'를 공개했다. 연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다. 디자이어HD는 고해상도(800?C480화소) 4.3인치 화면,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에 800만 화소 카메라로 고화질(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초우 CEO는 "한국에서도 다음 달 KT를 통해 디자이어HD를 출시할 것"이라며 "HTC 스마트폰은 디자인이 흥미롭고언제나 소비자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TC는 신개념 휴대폰 서비스 '센스닷컴'도 발표했다. 이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PC 등을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진동 모드로 설정돼 있는 휴대폰을 PC로 제어해 벨소리가 울리도록 바꿔 놓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벨소리로 바꿔 놓고 음량을 높인 뒤 전화를 걸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땐 센스닷컴을 이용해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와 3세대(3G) 네트워크를 활용,단말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원격으로 스마트폰에 담겨 있는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HTC,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수혜자"

HTC는 이들 제품과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HTC는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8.3%의 점유율로 삼성전자(5.0%) 모토로라(4.3%) 등 전통의 강호를 앞질렀다. 초우 CEO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스마트폰 판매량은 1600만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1040만대)의 1.5배를 9개월 만에 팔아치운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에 매출 758억5000만 대만달러(약 2조7500억원),순이익 111억 대만달러(약 403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338억8000만 대만달러)에 비해 두 배를 훌쩍 넘었고,순이익도 전년 동기(57억 대만달러)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HTC는 2008년 9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폰 'G1'을 내놓은 뒤 구글과 꾸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초 구글이 선보인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생산한 업체도 HTC다. 존 왕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안드로이드폰 두 대 가운데 하나는 HTC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에서 '대만의 삼성'까지

HTC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였다. 자체 브랜드 휴대폰을 만든 것은 2007년 들어서다. 하지만 과거 십수년간 쌓아온 생산 능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최대 강점은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과의 돈독한 관계다. 과거 OEM 제품을 생산하며 단순 생산을 넘어 설계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유럽 보다폰 · 오렌지(Orange) · 02,미국 버라이즌 · 스프린트 · T모바일,일본 NTT도코모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과 제휴하며 70여개국에 제품을 팔고 있다.

초우 CEO는 "'한국=삼성'인 것처럼 '대만=HTC'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타이베이=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