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님 나빠요!"

1등이 울고 있다.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예상치를 발표한 삼성전자는 7일 오전 11시 현재 2% 안팎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적을 확인한 외국인은 냉정하게 돌아서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600억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200억원 가량의 순매도를 보이는 것이어서 압도적인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예상매출액이 40조원으로 전분기보다 5.5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1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기존 영업이익 최대치인 지난 2분기인 5조140억원에 이은 두번째로 많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예상치(5조1000억원)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실망감은 주가하락으로 이어졌고 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 장비주들까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름 값 못한 큰 형님 덕분(?)에 동생들도 줄줄이 나가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호실적 발표로 저평가된 정보기술(IT)주들도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라는 예측도 빗나갈 분위기다. 어찌됐건 3분기 실적시즌은 막이 올랐고 실적모멘텀을 기대할 만한 단초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7일(현지시간) 알코아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진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실적에 대한 추정치가 꾸준히 하향조정되면서 주가도 이미 낮아진 경향이 있었다"며 "기술적으로 바닥은 다진 것 같지만 모멘텀(상승요인)도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발표될 인텔의 실적이나 유동성에 의한 반등 정도를 기대하는 편이 나아보인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이 IT주들을 팔아치우고 있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전날 뛰어오른 1900선을 중심으로 횡보하고 있다. 다른 업종들의 강세가 IT의 부진을 받치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의 추가 상승을 얘기하고 있다. 이유는 '유동성'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유동성이 넘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ADP에서 발표한 9월 민간 고용은 전월대비 3만9000건 감소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2만건증가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측히 제조업과 건설업 등 재화생산업종에서 4만5000건이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소비 침체를 이유로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IMF는 올해 미국 경제가 2.6% 성장하고, 내년에는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인 3.3%, 2.9%에서 각각 0.7%포인트, 0.6%포인트 낮춰진 수준이다.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와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은 유동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유동성은 고수익을 쫒아 가게 돼있다. 이머징 중에서도 아시아, 한국으로 유동성이 유입된다는 전망인 것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