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화 우려 때문"..대법원 판결과 배치

현금거래를 허용하려는 온라인게임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등급거부' 결정을 내렸다.

이는 게임 아이템을 '이용자들의 노력과 시간을 들인 결과물'로 보고 현금거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것으로 게임의 사행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8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IMI의 역할수행게임(RPG) '황제온라인'이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약관을 포함하고 있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일 베타버전이 '게임머니를 배팅해 배당받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는 개인 간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면서 등급거부 결정을 받은 것이다.

반면 지난 1월 대법원은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게임머니를 2억3천만원 어치 구입한 뒤 타인에게 되팔아 2천만원 상당의 차익을 낸 혐의로 김모 씨등 2명을 기소한 사건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한 방법으로 얻은 게임머니는 환전이 금지되지만 '리니지'의 아데나는 우연한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거래를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게임물등급위의 결정은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과 반대되는 내용을 담은 첫 번째 공식입장이어서 게임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7월 등급 분류된 베타버전은 약관 없이도 심의가 가능했지만 상용화를 위한 정식버전은 약관 심의가 필수적"이라며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 내용을 담은 약관이 등급거부 결정의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IMI 측은 게임위의 이러한 결정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IMI 관계자는 "사회적 정서를 고려해 최대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입장을 반영할 계획"이라며 "약관에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은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즉 대법원의 판결 이후 불법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고 이미 1조가 넘는 아이템 거래시장이 형성돼있는 만큼 약관에 현금거래 허용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안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IMI는 이달 중 게임위와의 협의 내용을 반영, 등급심의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IMI가 논란을 일으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MI는 '황제온라인'과 관련한 보도자료 배포시 '아이템 현금거래 가능' 등을 전면에 내세워 가뜩이나 사행성과 과몰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게임업계를 더욱 난처하게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모든 게임사들이 약관상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 마케팅 차원에서 용인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과 제도 간의 괴리에서 오는 혼선을 막고 현금거래의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