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수정하나] 대기업 "상생ㆍ일자리 만들기 애썼는데…"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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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유착ㆍ이익 독점은 옛날 얘기
"정부 대기업관 10년전 수준"
불공정조사는시작에불과…세무조사·담합수사 결과 곧 발표
"공세수위 더 높아질것" 우려
"정부 대기업관 10년전 수준"
불공정조사는시작에불과…세무조사·담합수사 결과 곧 발표
"공세수위 더 높아질것" 우려
"이렇게 밀어붙이면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대기업이 나서서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겠느냐.그렇다고 정부가 하는 일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걸 알지 않느냐." 4대그룹의 한 임원에게 각박해진 대정부 관계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대답이다.
대기업들의 요즘 처지는 한마디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여당인 한나라당이 잇달아 대기업을 정조준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한다"는 여론이 한층 거세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는 등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물리적 압박도 잇따르고 있다.
◆'이익 독식 논란' 시작에 불과할까
주요 경제단체들은 공정위의 불공정거래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연초부터 진행된 세무조사와 담합 수사 결과가 오는 8~9월께 동시 다발적으로 발표된다"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공세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부정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어 "대기업 내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반응도 엇비슷하다. 공정위 조사에 이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한 대기업 임원은 "올 들어 몇 달 동안 각종 조사에 대응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연이어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니 '기업 옥죄기'가 더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방위 압박 이유 뭘까
경제계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모토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를 궁금해하며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와 '투자 확대'로 요약되는 핵심 정책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계는 특히 일자리 창출 및 투자와 관련해선 오해가 많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올 들어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질 일자리는 최소 50만개 선이라는 게 경제계의 예상이다. 30만개 안팎이던 예년보다 훨씬 나은 성과다. 올해 기업들의 투자 역시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실물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1만여명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말보다 55만여명 감소했으며 중소기업의 형편도 예전에 비해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거래 관계가 없는 2~4차 하도급업체나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단기 처방이 마땅치 않다"며 "결국 사정이 나은 대기업들이 보다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 정리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답답한 대기업들
주요 대기업들은 이 대통령과 정 총리의 언급과 관련,사실과 다르거나 논리적 비약이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는 대기업의 이익 독점 논란과 관련,"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 상생 협력은 과거보다 잘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1차와 2차,2차와 3차로 단계가 내려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문제를 전적으로 대기업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대기업 지원 방안을 보고한 공무원에게 "공무원 생활하다 나가서 대기업에 가서 자리잡으려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대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대관업무 담당자 중 공무원 출신 임원이 딱 한 명 있지만 10년 전 평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른 경우"라며 "현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출신 인사들이 언제든지 대기업 주요 임원이나 팀장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부의 대기업관이 "10년 전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4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생산과 판매 등 대기업 활동의 80~90%가량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을 보는 시각은 한국 내에만 머물고 있다"며 "정부의 협력업체 지원 압박이 한층 거세지면 국내 기업 대신 해외 기업으로 거래선을 바꾸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내놓을 국면 전환 카드는
주요 기업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3차 협력업체를 포괄하는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LG그룹 주요 8개 계열사는 9월 중 협력업체들과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을 핵심으로 한 상생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2~3차 협력업체에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협약 내용을 손질하고 있다는 게 LG의 설명이다.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2~3차 협력업체 대금 지급 상황을 조사,우수한 업체에 인센티브와 포상을 하기로 한 현대차그룹은 27일 대 · 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발표한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새로운 상생 패러다임을 모색할 방침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상생 협력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며 "2~3차 협력업체가 받는 불이익과 관련해 자체적인 조사를 거친 후 재계 차원의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송형석/장창민/이정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