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결국 폐기됐다. 수도 분할로 우려되는 행정의 비효율을 막아보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정치권의 표논리에 좌초된 것이다.

국회는 29일 본회의에 상정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 · 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105표,반대 164표로 부결시켰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론 제기로 시작된 세종시 수정계획은 10개월 만에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골자로 하는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추진된다. 총리실을 포함해 9부2처2청 등 36개 행정기관은 오는 2012년 말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게 됐다.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친이(친이명박)계와의 정치게임에서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가 됐다. 수정안 폐기가 확정되자 야당과 친박계는 환호했고 친이계는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벌써부터 모두가 패자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정안이 폐기됐지만 정치권과 국민의 갈등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충청권도 양분돼 있다. 친이와 친박계는 아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정안 추진의 명분이었던 행정 비효율 문제는 여전히 국가적인 난제로 남게 됐다. 수도분할은 행정기관을 한데 모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세종시는 자족기능이 턱없이 부족해 '제2의 과천'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당장 '원안 +α'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자칫 이 문제는 차기 대선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시 폐기가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기는커녕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는 "앞으로 +α를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시 국론분열이 예상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정안을 낼 때도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는데 '원안+α'로 할 경우 더 큰 시빗거리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파나마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수정안 부결에 대해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모두 국회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국가선진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