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서해 끝단 외딴 섬 굴업도(堀業島).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개발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는 섬이다. 지난 28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덕적도를 거쳐 5시간 만에 도착한 굴업도는 개발과 보존 논란에 휩싸인 것도 모른 채 묵묵히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비와 안개로 이틀간 배편이 끊겨 겨우 도착한 굴업도에서 이화용 이장(77)을 만났다. "난 개발에 찬성이야.이곳 주민들은 어족 감소로 어업은 못하고 민박이나 해양 쓰레기 줍는 공공근로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어. 섬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발해야 해.환경운동도 건설적으로 해야지." 할아버지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다는 그는 자신이 개발론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섬을 보여주겠다며 산에 올랐다. 적당한 크기의 해변과 산,주변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굴업도에 사는 세대 수는 총 9세대 20여명에 불과했다. 생계가 어려워 섬을 떠난 사람이 늘어난 탓이었다. 섬의 크기는 172만㎡(약 50만평).덕적군도에서 가장 작은 섬이다. 인천항에서 1시간여 배를 타고 덕적도로 간 뒤 75t짜리 작은 배로 3시간여(짝수날엔 여러섬을 거쳐가서 홀수날보다 2시간 더 걸림)를 더 가야 만나는 곳이다.

CJ그룹의 굴업도 개발안인 '오션파크' 프로젝트에 대해 이 이장은 "수년 전엔 개발하자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반반으로 나눠졌으나 요즘엔 개발하자는 쪽이 많다"고 전했다. 반대하는 사람 중에서도 충분한 보상과 이주지 보장을 원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다.

개발우세 분위기는 선착장에 붙어 있는 '환경단체 입도금지'라는 현수막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환경단체들이 수없이 찾아와 동식물과 섬 모습을 촬영한 후 반대홍보용으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덕적도 어촌계가 붙인 것이었다. 배 갑판장 고영태씨(73)는 "환경단체들의 개발반대 운동으로 굴업도가 유명해지긴 했다"고 말했다.

세대 수가 적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개발 기대로 부풀어 있다. 한 주민은 "제 발로 들어온 대기업의 투자를 굳이 막아 섬을 계속 황폐화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과 각종 휴양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에 대해 또 다른 주민은 "제주도에 골프장이 수없이 생겼어도 수자원이 오염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대기업이면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섬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환경관리를 잘할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섬을 찾기 전 들른 관할 옹진군청은 관내에 있는 섬을 개발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크고 작은 섬들이 100개가 넘는다. 외딴 섬 하나 개발하려는 것이다. 섬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외면한 채 환경단체의 주장만 듣고 반대하면 섬 개발사업을 아예 하지 말란 말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 찬성론은 울도와 백아도 등 주변 섬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도 퍼져 있었다. 굴업도가 관광지화되면 쾌속선 직항로가 생기고 새로운 소득원도 생길 것이란 기대다. 덕적도에서 만난 한 울도 주민은 "베트남 하롱베이도 외딴 섬들이었는데 해양관광지로 개발된 뒤 주변 섬들도 살기 좋은 마을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굴업도가 관광지화 되면 주변 섬들도 연계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굴업도 주민 중에는 개발 전 여론 수렴과 성실한 보상책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전체 섬의 98.2%를 소유하고 있는 CJ그룹이 보다 성실하게 생활보상책과 환경보존책을 마련한 뒤 개발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적이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골프장 관리에 쓰일 수 있는 제초제 등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어족자원을 더욱 고갈시킬 수 있다는 것.이장이 여러 번 바뀌는 홍역도 겪었다. 찬성과 반대로 섬 인심이 둘로 쪼개진 탓이다. "친하던 이웃끼리 좀 서먹해지기도 했다"는 얘기였다.

CJ그룹은 호텔 콘도 골프장을 갖춘 '오션파크'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개발신청서를 보완해 옹진군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돌아오는 길에 확인한 주변 섬의 땅값은 개발 재추진 소식에 3.3㎡당 30만원 선까지 올라 있었다.

굴업도=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