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경주거문화대상에서 영예의 종합대상은 김포시도시개발공사가 한강신도시에 개발하는 '쌍용藝家'가 수상했다. '국내 최초 커낼시티(수로도시 · 水路都市)'라는 도시적 장단점을 잘 조화시킨 '수변 주거의 수작'으로 꼽혔다. 수변 주택은 풍광이 좋긴 하지만 물이 가까워서 생기는 고습도 현상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다. '쌍용藝家'는 이 같은 입지적 장단점을 건축적 구조와 배치로 적절히 해소했고 입주자들을 위한 세심한 공간배려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쪽빛 풍광 품은 녹색 수변단지

스페인 빌바오,일본 후쿠오카 커낼시티,미국 뉴욕의 미드타운….쌍용藝家를 설계할 때 연상됐던 수변도시들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휠씬 빼어난 주거단지를 만드는 게 설계업체(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와 시행사(김포시도시개발공사),시공사(쌍용 · 한화 · 계룡건설)의 바람이었다. 결과는 좋았다. 한경주거문화대상에서 당당히 종합대상을 거머쥐며 '수작 반열'에 올랐다.

한강신도시를 가로지는 김포 수로변에 들어서는 쌍용藝家는 중소형 주택(전용면적 85㎡ 이하) 1474채로 구성된 대단지다. 지상 21층짜리 19개동으로 설계됐다. 다른 한강신도시 주거단지보다 입지여건이 좋다. 수로가 바로 옆이어서 거주자들에게는 상쾌한 강바람과 커낼 조망권이 덤으로 주어진다.

쌍용藝家는 이 같은 입지여건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물과 어우러진 녹색주거'를 컨셉트로 잡았다. 우선 단지 내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녹색 정원을 과감히 배치했다. 녹색공원은 잔디 · 색깔 · 과일 · 물 등 네 가지 주제를 넣은 공원으로 세분했다. 사이 사이에 3개의 마당을 넣어 지루하지 않은 녹색공원을 만들었다.

아파트는 중앙에 조성되는 이들 공원을 둘러싸고 자리를 잡았다. 건물 사이로는 자연스럽게 바람길이 생성된다. 수로에서 불어오는 고습도의 강바람은 바람길을 거치면서 상큼하게 바뀌어 녹색공원으로 스며든다. 이번 공간구성은 한경주거문화대상 평가에서도 충분한 공감을 얻었다.

◆입주자 배려한 공간구성이 매력

쌍용藝家의 더 큰 매력은 포괄적인 단지구성보다 아기자기한 포인트 공간과 실속 있는 내부 평면에 숨어있다. 눈에 띄는 게 공중공원이다. 입주자들이 커낼 풍광을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아파트의 중간부(6~12층)의 일부 공간을 빼 쉼터를 만들었다. 각 동의 저층부 2개층 높이를 과감하게 필로티(기둥만 남겨둔 공간)로 처리했다. 이로써 단지 내 이동이 수월해지고,저층부 거주자들도 시원스런 조망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만든 필로티의 9곳에는 주민 커뮤니티공간을 넣었다. 공동주택에서 거주자들을 위한 공간배려는 처음 설계단계에서 건축가와 시행사의 손에서 이뤄져야 한다. 나중에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쌍용예가의 세심한 공간 배려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단지 정문도 주목을 끈다. 커낼을 향해 활짝 열린 형상에 수평적 조형미를 가미한 모양이 인상적이다. 단지 내 조경도 정갈하다. 곳곳에 실개천과 벽천광장을 만들어 은연 중에 수변 주거단지의 이미지가 느껴지게 한 것도 돋보인다. 녹색주거의 완결성을 위해 차도는 완전히 지하로 돌려 지상의 차를 없앴다.

기존 아파트와 비교되는 실내 공간 특화도 관심대상이다. 외부 시야를 넓게 확보할 수 있도록 아파트 3개면이 밖을 향하게 각 세대를 배치했다. 실내 일부 벽체를 가변형 구조로 만들어 입주자들이 가족여건에 따라 방 조절이 가능토록 했다. 단지 내 차별화한 커뮤니티센터도 눈길을 끈다. 커뮤니티는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4개 테마로 구분 배치했다. 입주자 편의성을 위해서다. 게스트하우스 · 유스센터 · 주민공동시설을 넣은 '에코센터',전자도서관 · 교육시설을 담은 '그린 카펫 라이드',피트니스센터 · 골프연습장이 조성된 '웰빙센터',여성전용 커뮤니티 공간인 '미세스 라운지' 등으로 나눠놨다. 어린이 전자도서관 시설도 마련했다. 단지 내 상업시설도 이용자 편의를 위해 에듀존 · 컬처존 · 에코존 등 3개 구역으로 구분해 놨다.

디에이그룹 엔지지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사람에 대한 정교한 배려가 없는 주거단지는 결코 명품이 될 수 없다"며 "쌍용藝家는 시행사 · 시공사들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사람에 대한 배려를 녹여 넣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