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법원이 이례적으로 학원 스포츠 지도자의 폭력과 이를 묵과하려는 학부모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상균)는 20일 학생을 구타해 계약해지된 중학교 야구감독 윤모씨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근로계약해지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윤모씨는 서울 강남의 A중학교에서 수년간 야구부 감독으로 근무했는데 올해 초 동계 훈련에서 윤씨와 김모씨, 전모씨 등 코치들은 훈련 중 학생들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그런데 윤씨는 코치인 김씨에게 조차 폭력을 행사했고 이에 반발한 김씨가 훈련지를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 사건이 학교에 알려졌다.A중학교는 학생선수보호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한 뒤 폭력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윤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윤씨는 선수를 폭행하거나 코치들의 폭력을 부추기지 않았고 설령 학생을 때렸더라도 가볍게 훈계한 것에 불과하므로 면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오히려 재판에서 드러난 윤씨의 행각은 법원으로 하여금 그가 해고를 당하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하게 했다.그는 이전에도 학생들을 폭행해 해임 의결을 받았으나 학부모와 합의를 하고 각서를 쓴 사실이 있었을 뿐 아니라 같은 학교 체육교사를 폭행하기도 했다.이 사건에서 윤씨는 야구 방망이로 학생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선수를 지도하는 과정일 뿐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에 빈번하게 노출돼 있었던 학생이 그가 재판에서 이기도록 돕는 보조 참가인으로 소송에 가담했고 증인으로 출석한 일부 학부모는 윤씨의 행위를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좋은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중학생에게 무분별한 폭행ㆍ폭언을 자행한 것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또 법원은 “자녀의 인격이 무참히 침해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거나 이를 조장하기까지 하는 학부모의 태도 역시 근절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