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외식업계 CEO] '먹는 장사'로 경영수업 받는 2세들
외식업은 제조업,바이오 등 다른 사업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고 전문성이 덜 요구되는 업종이다. 매출채권 없이 바로 현금이 들어와 유동성이 좋은 데다 재고 부담도 작은 편이다.

외식업에 뛰어드는 2세 경영인들에 대해서도 "집에서 대주는 돈으로 편하게 장사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남수정 썬앳푸드 사장(42),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사장(38),박영식 SG다인힐 부사장(30) 등의 경쟁력은 '자금력' 만이 아니다. 이들은 확고한 경영 철학과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남충우 전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인 남 사장은 1995년 썬앳푸드(당시 회사명 '이오')를 세우고 립(갈비) 전문점 '토니로마스'를 들여온 것을 비롯해 지난해 '스파게띠아''매드포갈릭' 등 7개 브랜드로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원.토니로마스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던 시절 발굴한 브랜드로 올해 2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5개로 늘릴 예정이다.

남 사장은 "그동안 준비하다 접은 브랜드만 해도 10개가 넘지만 오히려 유연함과 빠른 브랜드 개발능력이 썬앳푸드의 강점"이라며 "고급 음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남 사장은 글로벌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매드포갈릭은 올 1월 싱가포르에 문을 연 데 이어 인도네시아,미국,일본,중국 등 25개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식 세계화 모델로 서울 삼성동에 론칭한 '비스트로 서울'도 내년엔 일본 도쿄와 미국 맨해튼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탈리아 스타 셰프 레스토랑을 들여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효조 경인전자 회장의 장남이자 남 사장과 대학생활을 함께 한 '절친'인 김 사장은 2003년 '스무디킹'으로 국내에 스무디(얼음과 과일 등을 함께 갈아 만든 음료)를 선보였다. 그는 "변화가 크지 않은 제조업보다는 역량에 따라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외식업에 끌렸다"며 "당시 웰빙 바람에 주목해 스무디를 들여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은 280억원으로 올해 목표는 420억원.

그는 "인지도 제고를 위해 오픈 후 2년간 샘플링에 주력하고 김연아,박태환 등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라이트&플러피'처럼 한국인에게 어색한 메뉴명은 '라이트&테이스티'로 바꿨다. 김 사장은 "단기간에 가맹점을 통해 매장을 급속히 확대하는 것은 단명하는 지름길"이라며 "직영과 가맹 비율을 5 대 5로 유지하면서 현재 65개인 매장을 올해 100개,3~4년 뒤 200개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골프선수 박지은씨의 남동생인 박 부사장은 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의 3남이다. 어려서부터 외식에 뜻을 두고 뉴욕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2004년 일식 레스토랑 '퓨어'를 열고 2007년 SG다인힐을 설립했다. 퓨어는 결국 접었지만 3년 만에 '퓨어 멜랑쥬' '메자닌' '블루밍 가든' '봉고' 등 6개 브랜드를 선보이며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올렸다. 박 부사장은 "올해 매출 목표가 130억~140억원으로 지난해 200억원을 낸 삼원가든에 비하면 낮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10일 블루밍 가든 4호점을 내고 내년까지 10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말 서울 신사동에 가맹사업을 염두에 둔 수제 버거집 '패티패티'를 선보였으며,모든 메뉴의 컨트롤 타워이자 삼원가든의 중국 진출을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키친'을 열기도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