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어디로 움직일지 불안한 시대다. 주식에 돈을 '몰빵'하려니 손실이 두렵고 은행예금에 넣어두자니 수익이 마땅치 않다. 주가가 하락해도 큰 손실을 입지 않고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한 상품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한다면 주가연계증권(ELS)이 적절한 대안이다. 일정부분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 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 횡보기나 조정기에 특히 빛을 발한다. 시장이나 특정 업종에 투자해 변동성은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원금보장형도 다양하게 나와 있어

ELS는 특정 주식이나 지수에 연동해 만기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김나이 한국투자증권 파생상품부 대리는 "2008년 주가 하락장에서 일부 ELS는 원금 손실을 겪었지만 이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구조의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 대중화된 스텝다운형 상품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다음 달 모집하는 ELS1103회는 코스피200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형 상품이다. 만기(3년) 평가가격 결정일에 두 기초자산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80% 이상이면 연 17.8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투자기간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기준가격의 55% 미만으로 떨어졌다면(장중 포함) 상승률이 낮은 종목 기준으로 만기까지의 하락률을 반영해 수익이 지급된다.

예를 들어 만기까지 코스피200이 최초 기준가의 5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고 만기 때 H지수가 기준가 75% 수준이면 1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는 7500만원(1억원×75/100)만 받는다. 반면 자산이 한번도 기준가 5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고 조기상환일에 일정 조건 이상(80~90%)을 유지한다면 연 17.8%의 수익을 지급받는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상품지원부 차장은 "ELS의 수익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를 가져서는 곤란하다"며 "고수익일수록 위험부담도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원금 손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 차장은 "주가가 55% 이하로 떨어진다면 현 증시가 반토막이 난다는 뜻인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특히 종목이 아닌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손실이 없는 원금보장형이 좋다. 삼성증권에서 최근 내놓은 코스피200 원금보장형 상품은 만기에 최소 2% 수익을 보장하는 한편 주가지수가 25% 상승할 경우 최고 50%의 수익을 추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원금보장형은 위험부담이 적은 대신 기대수익이 10% 이하로 낮다.

원금 손실이나 수익 가능성을 더 명확히 알고 싶다면 지난 몇 년간의 종목이나 지수 흐름을 상품에 대입해보는 것도 좋다. 증권사들도 금감원에 상품 설명서를 내놓을 때 수익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추세다.

◆어떤 ELS를 고를까

ELS는 기초자산과 만기,상환 조건,손실 구간 등이 다양해 꼼꼼한 비교 분석이 필수적이다. 유인금 HMC투자증권 이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 해당 기초자산이 최소한 부도가 나지 않을 정도의 안전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초자산은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약세장에서 소형주보다는 대형주의 주가 변동폭이 덜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많이 올랐던 종목보다 조정을 거친 종목이 좋다.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 상승률과 수익률이 정비례하는 상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손실을 입지 않을 만큼 하방경직성이 확보됐느냐가 우선이다.

최근 발행되는 ELS는 대부분 3~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유형이다. 해당 평가일에 조건을 만족하면 상환이 확정되고 원금과 수익금을 되돌려받는 식이다. 주가 하락 등으로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만기까지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만기까지 버틸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권사의 신용도도 따져야 한다. 증권사의 부도나 채무불이행 등 신용위험이 발생하면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위험분산 효과 노리는 ETF도 매력

불안한 장세일수록 부각되는 상품에는 시장이나 업종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있다. 1주를 매입하더라도 지수 구성종목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개별종목에 투자했을 때보다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분석 결과 올 들어 자동차와 반도체 섹터 ETF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코덱스자동차ETF,대신자이언트현대차그룹ETF 등이 대표적이다. 섹터 ETF는 특정 업종의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를 추적한다.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 없이 업황이나 시장 전체에 대한 전망으로도 투자 결정이 가능하다. 삼성코덱스조선주ETF도 최근 업황 반등 조짐을 타고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코스피200 연동상품도 인기가 많다. 코스피200 종목 전체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데다 매일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량이 많지 않은 ETF는 주가가 오른 뒤에도 거래가 안 돼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다. 펀드를 상장시켜 거래하기 때문에 순자산가치와 거래가격 간 괴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