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그리스 포르투갈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을 도화선으로 28일 또다시 주식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다. '해묵은 악재'라는 평가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중 고점을 높여가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2% 급락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앞으로 증시에 어느 정도 파급 효과를 미칠지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새로운 악재는 아니지만 1600대 중반 정도까지는 단기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핵심 블루칩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조정 시 저점은 1600대 중반

지난 2월 불거진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지만 그동안 국내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다. 특히 이달 들어 국내 대표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주식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이웃 국가들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잠재적인 재정 부실 국가로 거론되던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로 재정 리스크가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으로 연쇄적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인 측면도 이번 악재의 파급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1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한국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미국 증시가 27일 그리스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가 1600대 중반까지는 단기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영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16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고 한화증권은 163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은 1700선을 1차 지지선으로 예상했다.

◆IT · 자동차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단기적인 충격을 주겠지만 주식시장의 중 · 장기 상승 추세를 꺾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그리스 문제를 방치할 경우 뒷감당이 힘들기 때문에 결국 국제사회는 그리스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의 재정위기 재부각이 역설적으로 세계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지금 증시 주변에는 대기매수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지수가 어느 정도 빠지면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887억원,코스닥시장에서 82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은 주식 비중 확대를 자제하되,IT · 자동차 등 핵심 블루칩 종목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고조로 원 · 달러 환율이 반등하면 국내 수출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며 "IT와 자동차주의 비중은 꾸준히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방산업의 투자 확대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IT · 자동차 부품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중 팀장은 "주가 조정을 중국 내수 확대 수혜주를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김동윤/강지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