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빚어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위기가 겨우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2012년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의 '닥터 둠'들뿐 아니라 무디스도 채권 만기 집중으로 2012년 미국에 재앙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에서도 불어나는 지방정부 부채로 같은 해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G2(주요 2개국) 위기로 세계경제가 더블딥(반짝 상승 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무디스,미 정크본드 만기 경고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와 미 재무부의 통계 자료를 인용해 2012년 이후 3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정크본드(고수익 고위험 채권) 규모가 7000억달러를 웃돈다고 보도했다. 2007년께 발행한 기업 채권의 만기가 몰려 있는 탓이다. 연도별로는 2012년 1550억달러,2013년 2120억달러,2014년 3380억달러 규모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정크본드가 210억달러 규모인 점에 비춰볼 때,2012년 이후 상환액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방정부 적자도 한몫 한다. 연방정부는 2012년 한 해 동안만 차환 발행을 포함해 총 1조8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적자를 메울 수 있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2012년 미 연방 재정적자 규모는 9740억달러에 달한다.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시중 자금을 가져가면 정크본드 발행 기업들이 신규 채권 발행은 물론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디스의 케빈 카시디 선임 신용평가책임자는 "기업들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2012년 미국 금융시장이 엄청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CNBC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대규모 통화 공급과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끝나는 올 하반기 뒷걸음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월가 시장참여자들은 2012년 위기 발생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 경기의 회복 강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숨겨진 중국 지방정부 부채도 이때 주목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경제학자인 빅터 시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간 중국의 8000여개 지방정부 대출을 일일이 조사한 결과 "최악의 경우 중국 정부의 부채가 2012년께 상당히 큰 또 다른 금융위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까지 모두 포함하면 중국 정부 부채는 내년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96%까지 치솟을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시 교수는 지방정부가 은행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이용하는 '도시개발공사'를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그는 은행 대출이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지방정부의 개발 프로젝트에 흘러가고 있고 이 가운데 부실화될 수 있는 채권이 최대 3조위안(약 51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 지방정부의 경우 부실 규모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최근 폐막한 전인대에서 재정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은행 대출 규제를 통해 지방정부 부채 줄이기에 과도하게 나설 경우 거대한 부실채권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오광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