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새 학기를 맞아 진행된 초등학교의 반장선거와 전체 회장 선거 과정에서 당선을 돕는 사교육 전문업체가 등장했다.‘반장 선거 대비반’을 개설하는 스피치 학원이 늘고 있으며 학생회장 선거를 돕는 맞춤형 개인과외도 모습을 드러냈다.최근 국제중ㆍ특목고ㆍ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입학사정관 전형이 크게 늘며 학교 임원 경험을 중요한 ‘스펙’으로 여기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늘고 있어서다.

17일 관련 교육기관에 따르면 새 학기를 맞은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는 반장ㆍ학생회장이 되고 싶은 학생들로 선거 분위기가 뜨거웠다.이같은 선거 열풍을 타고 강남,목동,분당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선거유세 리허설,연설문 교정,호소력 있는 연설 기술 등을 지도하는 ‘회장되기 반’이 학원가에서 성업 중이다.이들 업체는 목소리 톤이나 연설문 사이에 들어가는 행동까지 알려준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모(34·여)씨는 “반장 선거에 완벽하게 준비된 연설문과 동작, 소품까지 준비해 와서 깜짝 놀랐다”며 “일주일 전부터 혹은 방학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준비한다”고 전했다.같은 학교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도모(42)씨는 “작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교복을 똑같이 구해 입었던 아이가 몰표로 반장에 당선됐다더라”고 말했다.

학교 임원 선거의 꽃인 학생회장 선거에는 더 철저한 대비를 하는데 주로 일대일 개인 과외가 이뤄진다.강남 지역에선 4∼5명 정도의 전문 강사들이 활동하는데 학교별로 한 명씩의 후보만 받아 당선 비법을 전수한다.연설문 준비와 유세 리허설은 기본,짧은 시간 동안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게 깜짝 ‘퍼포먼스’를 준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1회당 10만∼20만 원 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등학교 내의 임원 선거 과열의 원인을 국제중ㆍ특목고ㆍ대학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서 찾고 있다.특히 특기ㆍ수상실적ㆍ경력 등 비교과 영역으로 평가ㆍ선발하는 국제중학교의 경우 학생회장 경력에 가산점이 있다는 정보가 학부모들과 교사들 사이에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강남구 내의 S 초등학교의 교감은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 2명이 국제중인 대원중과 영훈중에 진학했는데 둘 다 전교회장 출신”이라며 “학부모 대부분이 전교회장 경력이 국제중 합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강남구 내의 또 다른 A 초등학교 근무하는 교사 김모(34·여)씨는 “동료 교사들은 학생회장 경력에 당연히 가산점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작년 학생회장도 국제중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중 측은 가산점이나 임원 경력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 요소가 전혀 아니라는 태도이다.

영훈중학교 입학 관계자는 “지원하는 학생들의 80% 정도가 학급 임원이나 학생회장의 경험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임원 경험 자체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특별전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는 대학 측에서도 스펙을 관리하는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